▲유니폼을 입은 해고 전 조합원들정리해고를 통보받고 파업에 들어간 조합원들 모습이다.
스튜디오R
20년 동안 세종호텔에서 전화교환 일을 했는데, 룸메이드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난 회사를 그만 두지 않았다. 하는 일이 달라졌을 뿐 월급은 그대로였다. 이후 복수노조가 생기더니 대의원 몇 명의 사인으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그 첫 해 나는 연봉의 9%가 삭감되었다. 임금 삭감의 충격은 컸지만 회사를 그민두지 않았다. 임금은 적지만 정규직이니까 난 버틸 수 있었다. 정규직은 하는 일이 더 힘들어져도 연봉이 깎여도 버틸만 한 이유가 되었다.
코로나19로 명동에 관광객이 끊겼다. 세종호텔은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희망퇴직은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두 아이를 가정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혼했을 때 나는 내 일자리를 믿었다. 혼자 벌어 여유롭지 않더라도 세 가족이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종호텔에서 어떤 일이 맡겨져도 28년을 버텨온 이유도 가족이다. 가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 이번에는 희망퇴직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규직도 피해갈 수 없는 정리해고였기 때문이다.
두 개의 노조와 논의도 없이 벽에 붙인 일방적인 해고자 선정기준이 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준비기간도 주지 않고 경영이 어렵다면서도 외부 용역으로 '외국어 구술시험'에 응하라는 선정기준을 내세웠기에, 인정받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교섭위원으로 참가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노동조합이 감당하겠다고 해도 사측은 신청하지 않았다(고용유지지원금은 회사만 신청할 수 있다).
2012년 이후 세종호텔의 월급은 동결됐다. 하지만 자회사의 지분은 늘어갔다. 자회사의 자회사까지 만들며 돈을 긁어모으고 세종호텔만 항상 빚더미인 이상한 구조에서 호텔은 해마다 경영위기라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세종대 대양학원에서 물러난 주명건은 세종호텔로 온 뒤 정규직이 280명 넘는 세종호텔을 용역업체 비정규 인력으로 채우려고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강경하게 반대했고, 이후 민주노조가 있음에도 노조가 하나 더 만들어졌다. 복수노조가 된 것이다.
2012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이행을 요구하는 로비 점거 파업이 시작되었고 나도 로비에 앉았다. 파업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하자 팀장이 여러 차례 '노조 갈아타라! 회사 오래 다니고 싶으면 같은 배를 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협박을 당하는 것 같은 불쾌함에 노동조합에 가서 이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했고, 그제야 그는 멈추었다. 대신 나는 룸메이드로 강제 전환 배치되었다.
룸메이드로 매주 목요일 호텔 정문에서 열리는 항의 집회에 참여했다. 부당함에 대한 피켓을 들게 되었다. 처음엔 부당한 전환 배치에 대한 원직 복직을! 지금은 부당한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상한 국가기관의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