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 진료실어머니는 3개월 주기로 외과, 신경과, 안과 진료를 받는다.
이호영
"약을 왜 이리 많이 주노? 약이 많이 남아있다. 또 줄텐데, 우야노?"
3개월치 약을 받았지만 약이 남는다고 하소연이다. 매일 분명하게 먹었는데도 약이 이렇게 많이 남았다며 병원에서 잘 못 준거라는 말씀이다.
"그럼 병원 가서 물어보지요. 잘 못 준 건지, 아니면 엄마가 매일 드시지 않은 건지를요."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에게 약을 너무 많이 줘서 남았다고 푸념을 하니 의사는 날짜에 맞게 3개월치 딱 맞게 드립니다고 대답한다. 의사의 말에 엄마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한다. 진료실을 나오면서도 더 많이 줬다고 말씀한다.
7월 진료를 마치고 10월 진료를 예약한다. 다음 진료에는 추가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보고 처방을 조절하겠다고 의사가 말한다. 약이나 진료가 더 늘어나지 않고 이대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사라지면서 또 어떤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 가슴이 답답하다.
평생토록 병원에 다니면서 쓰는 돈 대부분이 60대 이후라고 한다. 아버지의 긴 폐암 투병에 비하면 어머니의 투병은 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큰 문제이다. 구십에 가까운 연세에 얼마나 더 사실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몸져 눕게 되는 투병 생활이 생긴다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연세에 비해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언젠가 병실에 누워야 할 날이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조금 아프시면 바로바로 동네 병원을 가셔야 합니다. 그게 돈을 적게 들이고도 내 몸을 아프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큰 병원에 입원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아프기도 더 아프니까요, 빨리 병원에 가시는 게 아들, 딸 도와주는 거라예."
어머니 병원 순례의 마지막 말은 늘 이렇게 끝난다. 아픈 걸 참지 말고 곧바로 동네 병원에 가셔서 진료를 받아야 어머니도 좋고 우리도 좋다고.
"안다. 요즘은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 간다. 내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야지, 그게 맞다."
어머니의 병원 순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당신 발로, 당신 힘으로 병원에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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