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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비켜갈 상설특검? 민주당에선 속도조절론

당내 일각 상설특검 활용론에 "아직 이르다"... 민주당 특검 관철 전략 고심

등록 2024.07.16 10:48수정 2024.07.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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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야권 지도부,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규탄 범국민대회를 마친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야권 지도부,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규탄 범국민대회를 마친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반복되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넘어서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거부권에 막혀 국회로 다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재표결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이후 여야 간 특검법 대안에 대한 합의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권 대응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설특검 활용론'은 지난 12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언급을 시작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같은 당 김승원 의원, 역시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이 가세하면서 불이 붙었다.

불쑥 튀어나온 상설특검 활용론 

상설특검을 활용하게 되면 별도의 특검법을 만드는 것보다 특검의 규모가 작고 활동 기간도 짧지만, 2014년 제정된 현행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설특검법은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도록 돼있는데 국회 규칙에 따르면 추천위원 7명 중 3명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이 맡고, 나머지 4명은 국회 제1·제2 교섭단체가 2명씩 추천한다. 현재 국회 의석대로라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게 된다.

박지원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상설특검으로 가야 한다"라면서 "단 상설특검의 국회 추천위원 몫이 4명이고 정부 몫이 3명인데, 법을 개정해서 제1당 즉 민주당이 (국회 추천 몫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회 규칙대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특검 후보 추천위원을 2명씩 추천하게 되면 사실상 여권 우위 구도가 형성돼 민주당이 원하는 특검 후보를 임명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1당인 민주당이 모든 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국민의힘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 규칙 개정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 법사위 위원장을 모두 맡고 있고 전체 야권의 의석수도 충분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규칙 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지만 결국 민주당 단독 처리라는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개정된 국회 규칙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이를 빌미로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미루게 되면 민주당으로선 거부권 무한 반복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상설특검 활용론에 대해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설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가 최대 5명에 그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파견 검사 수는 20명에 달한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번져가고 있는데, 이 방대한 사건을 상설특검 (최대 파견 검사) 5명으로 하긴 힘들다"라며 "최후의 수로 한 번 고려해 볼 순 있겠지만 지금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 일단 재표결에 집중해야지 상설특검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이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상설특검은) 하나의 카드다 정도지 '이렇게 가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현시점에선 상설특검 활용이 "압박 수단" 정도지 실제 칼을 뽑아 들 경우 '이탈 표 8표' 확보를 위한 야당과의 물밑 접촉 등 대화의 문이 아예 닫힐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 후보인 민형배 의원도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럴 수단이 있다는 이야기지 상설특검으로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면서 "(특검보다) 효과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상설특검은 보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상설특검론에 곧바로 호응하는 모습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한 관계자는 "상설특검 요건에 마치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비슷하게 당연직 위원들이 들어가 있는데 특검을 정부의 뜻 혹은 윤 대통령의 뜻대로 우선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시기상조론에도 "안 하는 것보단 백배 낫다" 반론도
 
a   2023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다.

2023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다. ⓒ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상설특검이 특검 관철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표결 불발에 이어 새로운 올린 특검법안까지 거부권을 맞을 바에, 거부권 행사가 불가한 상설특검을 통해서라도 '특검 국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당내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채상병 특검을) 안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라면서 "거부권 행사로부터 (특검 불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 수사를) 하다 보면 기본적인 수사만 해도 문제가 있으면 드러나기 마련"이라면서 "특검이 발효돼 시행되는 게 중요하지, 특검 임명은 그다음 문제"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16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서 상설특검이 가동돼도 특검 추천 방식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법조문에는 3일 이내에 '임명해야 한다'고 의무조항으로 돼 있다"며 상설특검론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윤 대통령이) 법률적 의무를 피할 수는 없다"며 "(특검 임명을 안 하면) 명백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상병특검 #상설특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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