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처가 2022년 8월부터 경호구역을 확대했지만 보수단체 집회로 말미암은 주민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이현희
다행히 대통령경호처가 2022년 8월부터 사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까지 확대하면서 보수단체 집회는 마을 입구로 밀려났다.
경호처는 "평산마을에서 집회·시위 과정에 모의 권총, 문구용 칼 등 안전 위해 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경호구역을 넓혔다. 더불어 구역 내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교통 통제, 안전조치 등 경호 활동을 강화했다. 당시 보수단체와 유튜버 등은 경호구역 확대가 집회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100여 일간 보수단체 집회에 시달려야 했던 평산마을은 예전처럼 새소리·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시골마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여전히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비록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보수단체들은 '집회 자유'를 앞세워 주민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입구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시위자는 아예 인근 마을로 주소를 옮겨 매일같이 출퇴근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마을 입구에 천막과 펼침막, 성조기와 태극기 등을 설치하고 오가는 주민과 방문객에게 '빨갱이'라는 위협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기자회견을 핑계로 사실상 집회를 여는 등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일도 발생했다.
주민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확성기 소리다. 이들은 법에서 정한 주거지역 소음기준을 교묘하게 피해 가고 있다. 5분간 최고 소음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악용해 2∼3분간 확성기를 틀었다가 잠시 중단하고 다시 트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저주와 혐오를 담아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는 이미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때론 주민과 시위자 충돌 상황도 생겼다. 올해 정월대보름 행사 때는 경호구역 안인 마을회관까지 시위자가 차량을 몰고 들어와 이를 제지하는 주민과 승강이를 벌이고 오히려 주민을 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구나 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마을 사람 역시 '간첩'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욕설을 하거나 불법을 찾는다는 핑계로 마을 안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촬영하는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부부를 혐오하는 현수막이나 욕설과 혐오를 담은 확성기 소리는 마을 평온을 깨트리고 평산마을을 찾는 전국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파괴된 일상에 기댈 곳 없는 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