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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후 미안함과 후회의 1년... 책임자들도 후회할까요?"

[현장] 오송 참사 1주기 국회 토론회... "시혜가 아닌 권리 주체로 피해자 바라봐야"

등록 2024.07.17 19:00수정 2024.07.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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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오송 참사 1주기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호선·이연희·이강일 의원 등 오송 참사 TF 위원들을 비롯해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생존자협의회·시민대책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오송 참사 1주기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호선·이연희·이강일 의원 등 오송 참사 TF 위원들을 비롯해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생존자협의회·시민대책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 이연희 의원실

 
"그날 가족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출근을 말렸어야 했다는 후회로 지난 1년을 살았습니다. 책임자들은 후회할까요. 도로를 통제했다면, 제방을 제대로 지었다면, 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이렇게 저처럼 한 번이라도 후회할까요." (오송 참사 유가족 장성수씨)

"미호강이 범람해 평소처럼 지하차도로 출근하던 시민들이 희생됐습니다. 언제까지 위험에 노출되는 일상을 살아야 하느냔 말입니다. 책임자들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처벌하십시오. 피해자들의 권리를 끝까지 보장하십시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장마철에 길을 나서기도 두렵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우리의 삶이 왜 이렇게 됐습니까. 재난 참사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함께 말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세월호, 이태원에 이어 오송 참사 유가족은 하나같이 '피해자'를 얘기했다. '사회적 재난' 앞에서 피해자를 선별할 것이 아니라, 증언자이자 유가족인 피해자의 시선으로 재난을 다시 바라봐달라고 얘기했다. 이들은 재난의 구조적 이유를 밝히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와, 참사 이후 삶을 지원하는 각종 법제에 '피해자 관점'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오송 참사 1주기를 막 넘긴 시점에 재난 참사에서 정부의 역할과 피해자 회복을 고민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오송 참사 1주기 국회 토론회'에 나선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오송 참사 국정조사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22대 국회에 촉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최고위에서 집중 논의하겠다"(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부터 시작하자"(우원식 국회의장), "현재 진행형인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이연희 민주당 오송 참사 TF 간사)라고 응답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소속 임호선·이연희·이강일 의원 등 오송 참사 TF 위원들을 비롯해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생존자협의회·시민대책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여당에서는 유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홀로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채경선 8·31사회적가치연대(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공동대표, 민동일 제천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도 함께했다. 유가족들은 왼쪽 가슴에 오송 참사를 상징하는 초록색 배지를 달고 있었다. 토론회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a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오송 참사 1주기 국회 토론회'에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송 참사 TF 간사)이 발언하고 있다.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오송 참사 1주기 국회 토론회'에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송 참사 TF 간사)이 발언하고 있다. ⓒ 이연희 의원실

 
정부가 아닌 피해자 관점으로... "재난 패러다임 변화를"

이날 토론자들은 오송 참사 조사와 수사 과정을 언급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지난해 7월 15일 폭우로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참사였다. 앞서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 이후 만들어진 지하차도 침수 대책이 오송 참사에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 궁평2지하차도가 청주시 위험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는 점,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이 형식적이었다는 점, 지자체 간 연계가 부족했다는 점 등이 주된 문제로 지적됐다.

토론자들은 정부 주도 조사 방식의 한계를 비판했다. 최희천 박사(오송참사시민진상조사위 진상규명팀장)는 "기존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관점으로는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고 참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오송 참사 원인도 터널 차단 시스템 등 지엽적 규정 위반에 치중됐다"라며 "단순히 담당자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화된 위험이라는 인식과 함께 피해자와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적 해결 방안으로는 재난 참사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성구 변호사는 "형사 조사 단계가 아닌 기소 이후라면 재판기록을 피해자들이 공유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문제를 파악하려고 해도 재판기록 열람과 복사가 판사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람복사권 법제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재난의 인권적 접근을 위해서는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이 법제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은 "피해자 입장에서 '재난'을 정의하면 그 정의가 완전히 달라진다. 재난은 대다수 사람들이 이전 상태로 회복 불가능한 생명과 신체와 재산 등 피해를 입는 상태"라며 "재난 현장을 가장 근거리에서 목격한 사람으로서 시혜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피해자를 바라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도 "앞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에서도 피해자의 알 권리, 의견을 개진할 권리, 집회 결사권 등 여러 형태로 침해됐다"라며 "재난피해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피해자 단체 결성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배보상과 추모사업까지 전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주체로 참여해 자신들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송참사 #1주기 #토론회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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