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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통한 갈치 세 토막과 호박을 썰어넣은 갈치국은 전혀 비리지 않고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밥 한공기를 다 비워내었다. ⓒ 김숙귀
끈적한 습기까지 더해진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요즘이다. '먹고 힘내자' 싶어 갈치호박국을 먹으러 통영에 갔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통영은 500년 이상 조선의 군사요충지이며 다도해에서 나는 다양한 해산물과 육지농산물이 만나는 곳이었다. 값싸고 푸짐한 다찌집의 젖줄인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는 갖가지 제철 먹거리가 넘쳐난다. 고무대야에 담긴 생선이 바닥으로 뛰쳐나와 펄떡거리기도 한다.
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밀물식당에 들어섰다. 멍게비빔밥이 유명한 집이다. 통영의 식당들은 봄이면 도다리쑥국, 겨울에는 물메기탕을 계절메뉴로 만들지만 여름에 갈치국을 내는 집은 많지 않다. 찌개나 조림도 아니고 생선으로 끓인 국에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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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나온 반찬들도 모두 깔끔하고 맛있었다. ⓒ 김숙귀
주인장이 맛깔스레 보이는 밑반찬과 갈치호박국을 내왔다. 제주에 갔을 때 처음 갈치국을 먹어보고 그 맛을 알았었다. 통통한 갈치 세 토막과 호박을 썰어넣은 갈치호박국은 전혀 비리지 않고 살짝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나는 연신 국물을 떠먹으며 밥 한 공기를 비워내었다. 기운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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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피랑 피아노 계단 입구 ⓒ 김숙귀
서호동에 있는 서피랑 피아노계단에 왔다. 계단 입구에 박경리 작가의 웃는 모습을 그려놓았다. 서피랑은 박경리 작가의 생가가 있는 곳이며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계단 한 가운데 통영의 캐릭터 동백이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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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계단에 앉아있는 동백이. 통영의 시화(市花) 동백과 시조(市鳥)인 갈매기로 만든 캐릭터인데 볼 때 마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 김숙귀
동백꽃을 꽂은 귀여운 갈매기를 잠깐 보고 오르니 박경리 작가가 쓴 마지막 시(詩) '옛날의 그 집' 한 부분을 인용해놓았다.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서운 밤,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다.' 천상 이야기꾼이었던 그의 글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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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서운 밤,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다.'
천상 이야기꾼이었던 소설가 박경리의 글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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