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건설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건설노동환경을 만들어라

등록 2024.08.12 12:43수정 2024.08.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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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일주일 빠르게 찾아온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8월 하순까지도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숨 막히는 더위에 외부 활동이 많은 건설 노동자들은 폭염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7월 말 부산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열사병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가 결국 숨졌다. 이처럼 매년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건설노동자가 발생하지만 정부는 매해 똑같은 폭염대책과 함께 건설노동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6일 폭염이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서울시 발주 공사장을 대상으로 폭염경보시 유연근무제와 오후 2~5시 야외 작업 중단을 명했다. 작년에도 폭염이 시작되자 서울 시장은 건설현장을 방문해 폭염 예방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그러나 실제 건설 현장에서 이러한 폭염 대책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환경정의는 2023년 폭염 경보가 발효된 19일 동안 서울시 및 서울 내 25개 자치구의 공공발주 건설현장에서 오후휴식시간제, 실외작업 중지, 실내작업전환 실시여부과 해당 노동자의 수를 문의하였다. 그 결과 서울시 20개 자치구에서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다고 답변하였다.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 관리는 사업주인 시공사에게 있다. 하지만 발주처인 자치구가 매년 여름철 야외노동자 보호를 위한 폭염 대책을 발표하면서 실제 건설 현장에서 폭염 예방 대책이 이행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라고밖에 할 수 없다

대부분의 건설현장 노동자는 폭염특보가 발령되어도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별도의 작업 중단 없이 일하고 있다. 이처럼 폭염에 노출되는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건설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현 폭염 예방 대책이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폭염 등의 상황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폭염 시 작업중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외면하고 있다. 매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승인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의 이와 같은 태도는 폭염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만으로 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적어도 더울 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폭염으로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올 것이라고 판단될 때 작업을 중지하고 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건설노동자의 사망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고, 정부는 미온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폭염기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법적 제도를 신속히 마련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환경정의 홈페이지 게시 https://eco.campaignus.me/press/?idx=66238442&bmode=view
#환경정의 #폭염 #기후정의 #노동 #폭염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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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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