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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 일상 파고든 딥페이크 범죄...대책 예방교육뿐

경남교육청 도내 한 중학교 방문조사, 남학생들이 여학생들 불법합성물 제작

등록 2024.08.27 14:07수정 2024.08.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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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남교육청 본청

경남교육청 본청 ⓒ 경남교육청


경남에서도 청소년 사이에 첨단조작기술(딥페이크)을 쓴 불법 합성물 성범죄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학교의 학생 명단이 유출됐다는 소문이 도는가 하면 불안을 호소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탈퇴하는 움직임도 있다. 딥페이크 합성물을 범죄로 인식하도록 수사·교육당국이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피해 잇따라 확인

경남교육청은 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또래 여학생들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SNS로 공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26일 학교 방문 조사를 했다. 도교육청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 학교 담당자 등을 만나 실태를 파악하고 27일 후속조치를 설명할 계획이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로,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대부분이 청소년이었다. 유료이지만, 광고만 보면 무료로 특정 얼굴에 AI가 만든 얼굴과 몸을 합성해주는 앱도 있을 만큼 누구든지 딥페이크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올 7월 도내 고교생 ㄱ 군은 여자 후배 얼굴로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피해자가 직접 올린 것처럼 꾸며 SNS에 퍼뜨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도 중학생 ㄴ 군이 또래 여학생 불법 합성물을 친구에게 팔았다가 검찰로 넘겨졌다.

전국적으로 대학에서 불법 합성물 성범죄가 잇따라 드러났고, 텔레그램에서 불법 합성물을 사고파는 단체대화방까지 생긴 일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딥페이크 범죄와 그에 따른 피해가 중고교로 퍼지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딥페이크 때문에 불안하다는 학생들 전화가 왔다"며 "SNS를 탈퇴했다는 학생도 있고, 인근 학교 학생들의 신상이 털렸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26일 한 SNS에는 학생 신상이 유출됐다며 몇몇 학교 실명이 담긴 게시물도 올라왔다.

이 교사는 "관련 정보가 어떻게 퍼졌는지, 아니면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 경찰과 교육청이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 대응해야"

a  경남경찰청 건물 일부

경남경찰청 건물 일부 ⓒ 경남도민일보


특정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유포한 이는 성폭력처벌법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딥페이크 성적 허위 영상물에 내린 시정요구는 올해 7월까지 6434건으로, 지난해 전체(7187건) 90%에 이를 만큼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딥페이크 피해 상담은 청소년이 많은 편인데,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는 더 많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교육당국 대책은 예방교육을 당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올 7월 말까지 사이버 성폭력 등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딥페이크 등 유사 사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 지도에 힘써달라는 긴급 공문을 학교로 보낸 바 있다.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지금 조사하는 사건은 한 건밖에 없다"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 학생 행위 경중과 심각성에 따라 최대 전학까지 선도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지역 디지털 성범죄 특화 상담을 하는 경남여성회 부설 경남성폭력·가정폭력통합상담소(상담 전화 055-244-9009)는 피해자 심리 상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계 게시물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

김해영 소장은 "엔(n)번방 사건 이후 텔레그램에 호기심이 확산하며 많은 청소년이 들어갔고, 합성·유포·판매까지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며 "2021년 이후 도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딥페이크 사건이 굉장히 자주 일어났고, 학교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속한 사회생활 영역까지 들어가 AI 기술로 프로필이나 사진을 합성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는 모르고 있다가 지인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 소장은 "SNS 특성상 삭제한다고 해도 재유포 불안이 크고, 자신의 사진이 떠돌아다닐까 봐 SNS를 뒤지며 일상생활을 못 하는 피해자도 있다"며 "국외에 서버가 있어 수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경찰은 최대한 협조를 얻어내 가해자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불법 합성물 제작을 성적 유희 하나로 여기며 계속하는데, 성적 대상화이자 누군가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주는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번방'을 폭로한 바 있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SNS에 "전국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선 불안에 떠는 학생들을 상담할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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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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