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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속헹 같은 죽음이 다신 없기를... 항소합니다"

'비닐하우스 기숙사' 사망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씨 유족 "1심 패소했지만 끝까지 싸우겠다"

등록 2024.09.09 12:21수정 2024.09.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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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20년 사망한 고 속헹의 부모 눈 이엠, 난 님 부부가 지난 6일 오후 캄보디아 현지에서 줌(화상 회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2020년 사망한 고 속헹의 부모 눈 이엠, 난 님 부부가 지난 6일 오후 캄보디아 현지에서 줌(화상 회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했다. ⓒ 유지영


지난 2020년 12월 영하 20도의 날씨 속에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지내다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유족이 항소하기로 했다.

지난 8월 29일 서울중앙지법은 속헹씨의 부모 눈 이엠, 난 님 부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과실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캄보디아에 사는 속헹씨 부모는 지난 6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줌(화상회의 앱) 미팅에서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데 책임지지 않네요"라면서 "외국 가서 일했던 착하고 좋은 딸을 한 명 잃어버리는 건 큰 아픔입니다. 감정이 너무 울컥해서 말이 나오지 않아요"라면서 인터뷰 내내 눈가를 계속 닦아냈다.

이들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조금 떨어진 남쪽 지역에 살고 있다. 이 마을에는 속헹씨처럼 한국으로 일하러 떠난 사람들이 많다. 속헹씨 언니 콘 포브씨는 "동생이 살아있을 때만 해도 (한국에 일하러 떠난 집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속헹이 사망한 이후로는) 힘들어서 이야기를 더는 하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콘 포브씨는 "외국에서 근로자가 와서 일하면서 건강검진도 받지 못하고 기숙사도 제대로 된 곳이 아니니 한국 정부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해주었으면 해요"라면서 "많은 외국 근로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시는 내 동생과 같은 일이 다른 근로자에게도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합니다"라고 했다.

유족 측을 대리한 최정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이날 유족들과 줌으로 만나 "앞으로도 쉬운 소송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소송은 의미가 있고, 이겨야 하는 소송이니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전했다.

오는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주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기숙사 산재 사망 이주노동자 고 속헹 국가 배상 사건 항소 제기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고 속헹씨는 지난 2016년 한국에 입국해 2018년부터 경기도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 2020년 12월 20일 전기 공급이 되지 않아 난방이 끊긴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살아가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주거권 현실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관련 기사 : '비닐하우스 산재' 속헹 추모제, '사장님'들은 편법을 찾았다 https://omn.kr/1zfj5)

이후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속헹씨 사망을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했고, 2022년 9월 속헹씨 유족은 한국 정부를 피고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 판단에 있어 내국인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준은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담당 공무원이 망인의 사망 이전에 사업장에 대한 지도, 점검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공무원의 의무 해태 또는 부작위와 망인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뷰 번역 :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 속파오시다 크메르공동체 대표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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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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