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김동연의 '금투세 소신', "사회적 논쟁 붙은 지금이 기회"

'선진적 자본시장 위한 관행·제도 개선' 동시 시행 주장... "거래세 폐지도 검토해야"

등록 2024.09.09 01:45수정 2024.09.09 01:45
0
원고료로 응원
a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삼프로TV화면캡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와 관련 "지배주주 횡포 시정, 주주환원율 제고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 개선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금투세 시행과 함께 "(증권)거래세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부유층을 제외한 장기 투자자에게 비과세나 저율과세 적용, 반기별 원천징수나 건보료 부과 등의 행정 편의적 발상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출연 영상은 지난 7일 공개됐다.

금투세의 운명은?... "관련 법안 전면 개정해서 금년 처리해야"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연간 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여야 합의로 도입이 결정됐다. 다만, 새로운 과세 체계의 연착륙과 개인 투자자들의 적응을 위해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금투세 폐지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금투세 유예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시행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증시 폭락'을 우려하며 금투세 유예를 넘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8일 SNS를 통해 "금투세를 폐지하면 이제 더 이상 우리 주가가 떨어질 일은 없냐"고 지적한 뒤, "윤석열 정권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건 거액 자산가들에게 혜택을 몰아줘 저들의 기득권 카르텔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금투세 대상자는 전체 주식 투자자 1,400만 명의 1%인 14만 명에 불과하다.


다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일부 의원들은 '시행 유예 또는 완화' 주장을 하고 있어서, 민주당은 오는 24일 공개 토론회를 열고 당론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동연 지사는 "금투세 문제로 사회적인 논쟁이 붙어 있다. 모든 이슈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면 개정하는 식으로 (금투세 관련) 법안을 금년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a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삼프로TV화면캡쳐


"금투세 강행, 폐지, 유예 모두 동의하지 않아"

"저는 강행이냐, 폐지냐, 유예냐... 세 가지에 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금투세에 대한 김동연 지사의 입장이다. 김 지사는 "'부자 감세' 얘기를 하면서 (금투세를 강행)하자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이 하시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폐지 역시 답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소득이 있으면 과세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금투세가 시행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금투세 유예론'에 대해서도 "골치 아픈 문제를 뒤로 이연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김동연 지사는 "우리 자본시장이나 주식시장이 경제 규모나 시총 규모에 비해서 굉장히 낙후돼 있고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낙후된 자본시장의 개선,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그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 번째는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보호하지 않는 여러 가지 제도와 관행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거의 OECD에서 제일 밑바닥인 주주환원율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가지 관행과 제도 개선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문제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제도 개선이 돼야 한다."

주주환원율이란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상장사가 순이익 중 투자자인 주주에게 얼마만큼 수익으로 내주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나눠준다는 의미이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해 이를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 주주 이익을 꾀하는 기법이다. 가장 확실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가치 저평가) 원인으로 외국에 비해 낮은 주주환원율이 지목돼왔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31.9%에 그쳤다. 반면 미국의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92.5%에 달했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도 68%에 이른다. 중국이 31.5%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 몫으로 둘려주는 데 인색했다는 의미다. 주주에게 이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투자가 줄고, 그렇게 저평가된 주식은 투자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다시 저평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물론 국내 투자자까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 증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낮은 주주환원율은 국내 주요 상장사 상당수가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로 이뤄져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주가가 오르면 경영권 승계 때 상속세를 더 많이 내야 해서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

김 지사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하면서 금투세를 같이 시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김 지사는 금투세 시행과 함께 고려할 몇 가지 요인도 제시했다.

"(증권)거래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금투세와 같이 시행하면) 이중과세다. 자본시장 초기에 금융실명제나 전자투표 없을 때 도입됐던 거래세는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없애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 정비 보험 문제라든지, 반기별 원천징수, 또는 많은 분이 건보료 산입을 걱정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

a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삼프로TV화면캡쳐


"쇠도 달았을 때 쳐야... 잘못된 자본시장 관행·제도 고칠 좋은 기회"

그러나 금투세 시행 4개월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김동연 지사가 주장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행자(이진우 프로)도 "다 고치면서 하자는 말은 사실상 그냥 유예하자는 얘기와 같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김동연 지사는 "저는 생각이 다르다. 지금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 많은 서민과 1,500만 가까운 주식 투자자들이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장이다. 이렇게 (관심이) 고조돼 있을 적에 합리적이지 않은 재벌이나 대기업들의 거버넌스 같은 문제들, 잘못된 자본시장의 관행과 제도까지 고칠 좋은 기회다. (금투세를) 유예해서 뜨거운 감자처럼 문제를 이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잘못된 기업의 관행과 후진적인 자본시장을 고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히 시간이 있다. 이미 논점들은 다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전면 개정하는 식으로 (금투세 관련) 법안을 처리하자"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일단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고 그동안 이 논의를 하자는 것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그런데 쇠도 달았을 때 쳐야 한다. 그냥 무책임하게 또 뒤로 미루는 식으로, 폭탄 돌리기 내지는 주식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희망 고문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동연 #금투세 #진성준 #이재명 #윤석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