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술이나 수술을 받았는데도, 상병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업무상질병 불승인되는 사례가 많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또 처분 대상 상병은 '요추 4-5번 간 추간판탈출증, 요추5-천추1 추간판탈출증'이지만, 진료기록 및 신체감정촉탁 결과가 '척추관협착증'인 사례에서, 공단은 처분 상병이 달라 다툴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의사마다 관점의 차이로 병변에 관한 병명을 달리 특정하고 있는 점, 요양의 치료 여부 및 방법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 질병을 인정,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 경우도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07.02. 선고 2018구단70069판결).
어쨌든 당사자가 겨우 서류를 구비하여 요양급여 신청서를 접수하면, 공단 담당자는 주치의, 자문의 소견 등을 들어 상병에 대한 확인을 먼저 한다. '근골격계 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은 질병명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고성 및 비사고성의 질병명을 기재하도록 하면서, 보완이 필요한 경우 주치의에게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하고, 의학 자문을 하는 경우에는 단순 소견이 아니라 병변과 이학적 소견 등을 종합한 진단 소견을 기재토록 하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은 '심의 과정에서 심의 대상 질병명이 착오임이 명백하여 질병명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해당 신청 또는 청구와 관련된 다른 질병이 발견되어 그 질병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심의 의뢰된 질병 외에 변경 또는 추가된 질병에 대하여도 심의 후 결과를 선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요양업무처리 규정' 역시 '심의대상 질병명을 변경하거나 추가된 질병에 대한 심의를 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정을 한 때에는 그 변경 또는 추가된 질병에 대하여도 신청할 뜻이 있는지 여부를 물어 신청을 할 뜻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그에 대해서도 판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 규정을 종합하면 상병 진단 경위, 신체부담업무 수행 여부 등을 확인하여 사고 또는 비사고성 진단명을 특정하되 자문의 소견 등과 다른 경우 주치의 소견을 보완하거나 신청 상병 외에 '변경 또는 추가'된 질병도 같이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신청상병인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장애(요추5-천추1번)'을 '요추 4-5번 추간판탈출증'으로 변경 심의, 인정한 사례(2017판정 제 1899호) 등이다. 그럼에도 공단은 여전히 신청 시 제출한 진단서 또는 산재보험 소견서에 기재된 상병만을 두고 '상병이 보이지 않는다'는 단순 소견만으로 불승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상병 미인지로 불승인 남발 말아야
공단은 임상, 이학적 검사를 실시하고 지속적으로 병을 치료해온 주치의 소견을 우선으로 확인하여야 하고, 진단 경위, 증상 및 치료의 필요성 등을 중심으로 상병을 확인하는 보완 규정이 필요하다. 특히 신체부담 업무력이 명확히 확인되는데도 상병 미확인으로 불승인하는 경우가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공단이 명확하게 업무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상병 미확인으로 불승인하는 이유가 예컨대 과잉진료 등으로 치료 방향이 다른 것이 우려되어서라면, 확인된 상병으로 변경 승인하되 승인 후 향후 치료는 공단이 지정하는 전문 의료기관 등에서 치료받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노동자가 약제나 치료방법을 거꾸로 의사에게 제시하는 경우는 없다.
근골격계 질병은 적기에 적절한 요양 후 빠른 복귀를 하는 데 산재보험의 역할이 있지만, 산재 인정 과정은 무척 지난하다. 불필요한 특진 등으로 처분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노동자를 많이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업무력을 인정받고도 상병 미확인으로 불승인되어 고통받는 노동자는 당혹을 넘어 망연하다. 아픈 노동자가 자기의 질병명을 찾아 여러 병원을 헤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