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삶은 결국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픽셀스
뭐가 뭔지도 전혀 모르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까지 뚜벅뚜벅 찾아와버리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제야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내면의 나와의 다툼이 또 생겼다. 결혼하고 나니 나도 알지 못하던 내가 또 있었고, 아이가 생기니 거기서 또 알지 못하는 내가 또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삶은 시간과 손을 잡으면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다. 30대는 매 순간이 실패와 다시 일어섬 그리고 배움이었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모르게 되며 나자빠졌다. '도무지 모르겠다'를 외치니 누가 등이라도 떠미는 듯 벌떡 일어섰다. 그 두 구간을 왔다 갔다 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 20대와 달리 30대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보내줬다.
내가 지금 서 있는 나이 40대에는 무엇을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까. 뭘 배워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단서는 30대 때 미처 다 배우지 못한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다시 배워야 하는 데 있지 않나 싶었다.
아이들이 다 커서 품을 떠나면, 그때 둘만 남은 부부가 같이 있으면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함께 하는 게 어색하다는데. 실제로 우리만 봐도 요 몇 년을 아이들을 위해서만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보냈지, 단 둘이서 보낸 시간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도 안 됐으니 말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다시금 배우고 싶었다. 배워야만 했다. 이번주 금요일 손을 잡고 오랜만에 버스와 지하철을 함께 탔다. 함께 손 잡고 성수거리를 걸었다.
오랜만에 데이트 같이 '방탈출 게임'을 했다. 서로 마주보고 차를 마셨다. 벤치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태어나서 처음 오마카세라는 것도 먹어봤다. 그리고 다시 손을 꼭 잡고 돌아왔다. 밤에는 우리 부부와 가장 친한 친구 부부 둘을 만나서 아무 말이나 참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