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책방지기의 책소개초록을 사랑하는 손님을 위한 작은메모.
강양오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기대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곳. 책과 책장 그리고 어느 하나 튀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의자와 선반, 장식장, 화병에 담긴 마른 꽃마저 어느 하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그랬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결국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 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믿음. 그들과 눈을 맞추고 몸을 기울여 함께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결이 꼭 맞는 당신이 있을 거라는 기대.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했던 이곳.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에 오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마음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시간 괜찮으시면, 좀 더 계셔도 좋아요."
더 머물러도 좋다는 책방지기의 이야기가 이토록 반가울 수가. 굳게 닫힌 마음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나 자신에게 이보다 더 큰 위로는 없었다. 그렇게 내게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더 오래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첫 일일책방지기인 내게도 첫 손님으로 와준 학생에게도 오래 머물러도 좋다는 다정한 말이 소중한 날이었기를.
철길마을 데이트에 책방으로 들어온 모녀와 책방을 한참 둘러보고 나간 손님, 희망도서 대출 반납을 하러 온 손님, 친구들과 함께 와 한 권의 책과 빈티지 컵을 구입한 손님, 기분 좋은 설렘을 보여준 커플 손님까지. 내게는 귀한 손님으로 손님은 나를 어느 작은 도시의 책방지기로 기억할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