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가격이 지자체마다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었다. 쓰레기통(자료사진).
pawel_czerwinski on Unsplash
지자체별로 쓰레기봉투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지역, 경기 의정부의 쓰레기봉투 가격이 경기도 타 지자체보다 2배 가량 비싼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쓰레기봉투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타 지역보다 비싼 이유를 물어보았다. 담당 직원의 대답은 이랬다.
"주민부담률이 높기 때문이다. 환경부 권고에 따르면 주민부담률을 80%까지 높여야 하지만 현재는 30%대 초중반에서 결정하고 있다."
다른 누리꾼은 이런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쓰레기양이 많아져 처리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우리 시에는 소각장이 없어 타 지역으로의 운반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예산이 적어 보조를 할 수가 없다.'
의구심이 해소되기는커녕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유독 어느 지역만 쓰레기양이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자체들이 재고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톤 당 처리 비용은 합당하게 계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없다면서 지자체에서 벌이는 사업들은 정말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들인가. 그 돈으로 쓰레기봉투값을 지원해 주는 편이 시민들 입장에서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 스쳤다.
지난 8월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한 시민단체가 작년 7월부터 서울과 전국 56개 지자체의 종량제봉투 제작량과 판매량, 재고량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했단다. 그 결과 5개 지자체(서울 서초구·종로구, 경기 성남시·용인시·안양시 등)의 경우 제작량·판매량 차이보다 재고량이 총 1790여 만장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다.
성남시는 약 287만 장이, 용인시는 769만 장이 부족했다. 각각 14억 원, 50억 원의 세금이 날아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단체는 적발된 기초단체 5곳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지난 7월 1일 고발했다고 한다.
단순한 관리 부실인지, 업체와의 유착 탓인지는 차후 수사로 밝혀질 일이다. 문제는 관리 부실이 불법 유통과 세금 누수로 이어지며 결국은 시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쓰레기봉투도 '짝퉁'이 있다니
한편, 이번에 알게 된 건데 쓰레기봉투에도 '짝퉁'이 있다. 현재 위조 방지를 위해 QR코드제를 도입했지만 어지간한 장비와 기술이 있으면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쓰레기봉투의 QR코드를 직접 테스트해 봤다. 휴대폰으로 QR를 읽히니 지자체명과 '정품인증'이라는 문자가 떴다. 그런데 몇 장은 휴대폰을 몇 번이나 이리저리 갖다 대도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했다.
위조 여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었지만 QR코드가 위조 방지 대책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누가 쓰레기를 버리면서 일일이 QR코드를 대보면서 정품 인증을 하겠는가.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에서 48건의 종량제봉투 불법 제작·유통 사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시중에 가짜 봉투가 유통된다면 지자체가 부담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은 더 비싸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