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내 목욕장업 문제점보은군 내 목욕장업의 문제점
김동환
모든 면 · 리에서 목욕 이용 방법 구체화해야
면·리 단위에 거주하는 보은군민의 경우 고령, 교통, 경제 등 많은 요건이 목욕탕 이용에 발목을 잡는다. 노년층은 보은군민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에게 목욕탕은 기본적인 샤워 시설에 국한되지 않다. 그들에게 있어 목욕탕은 수다를 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유지할 하는 장소다.
이런 수요를 생각했을 때, 해당 계층을 위한 지원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목욕탕이 문을 닫게 되면 어르신 등 취약계층에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된다. 목욕은 인간의 행복할 권리다"라며 목욕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작은목욕탕 건립이다. 작은목욕탕은 보통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에 작게 열린다. 해당 사업의 장점은 명확하다. 원도심 혹은 읍내보다 멀리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위생시설을 제공한다. 최대 왕복 2시간 이상을 이동해 대중탕으로 가는 수고를 던다. 회관과 가까운 특징을 활용해 주민들이 모인다. 그렇게 작은목욕탕은 해우소 역할도 한다.
작은목욕탕은 거동이 불편해 목욕 지원이 필요한 주민의 복지 공백을 보조하기도 한다. 보은군 내 유일하게 리 단위에 자체적으로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직리의 한 주민은 "보통 거동이 불편한 80~90대 분들이 작은목욕탕을 거의 매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불편하신 마을 분이 목욕탕에서 같이 씻으며 서로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용이하게 씻고 계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은목욕탕, 주의 깊은 고려도 필요
다만 원활한 작은목욕탕 운영을 위해 주도면밀한 사업 계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조례나 운영 방안이 없을 시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일반적으로 작은목욕탕 건립에는 1곳 당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양 사업이다. 시설 운영비까지 생각하면 지자체의 부담은 커진다. 그렇다고 면마다 작은목욕탕 건립에 차이를 두면 여러 면이 한 곳의 작은목욕탕에 몰린다.
실제로 제한적인 시설 때문에 외부인이 타 마을, 목욕탕을 이용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보은군 10개 중 8개 면에서 작은목욕탕을 운영한다. 그럼에도 목욕탕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는 데다 생활권이 행정 경계를 넘나드는 시골 특성상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불편한 목욕탕으로 이동해도 제대로 된 입욕탕 이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마을 내 목욕탕 관리가 부실해져 수질 오염 문제의 우려가 있다. 회인면 송평리에 거주하는 영수(가명)씨는 "면에 있는 작은목욕탕 시설에 온탕이 있으면 좋겠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 때문에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면 작은목욕탕에 탕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삼승면의 한 주민은 "우리 동네에 있는 시설이 좋다고 소문이 나 그 옆 탄부면 성지리나 옥천군 청산면에서 자꾸 이용하려고 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장소가 좁은데 외부인 문제로 겨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에서도 외부인 이용으로 인한 갈등으로 목욕비를 인상했다.
사직리 내 작은목욕탕 관리자 역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전과 달리 우리는 적자로 고생 중이다. 다른 동네에서 요금도 안 내고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물을 튼 채로 나가거나 불도 똑바로 안 끄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빨래까지 하는 주민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조치로 올해부터 사직리는 목욕탕 이용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