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관계부처합동(2019.8.14.), 4차 산업혁명 대응과 혁신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 KISTEP(2021), 중소기업 R&D 지원 방식의 주요 이슈와 정책제언 등을 토대로 작성 (빨간색은 필자 강조)
FOSEP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R&D 지원 방향 변화에 대한 우려
문제는 R&D 예산 삭감의 명분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R&D 지원의 저변확대적 특성을 축소하고, 수월성, 혁신성, 전략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 포트폴리오가 왜곡되고, 결과적으로 혁신 성과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첫째, 신규과제의 50% 이상을 12대 국가전략기술분야 등에 투자하는 정부의 방향은, 국가전략기술분야에 포함되지 않지만 우수한 기술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이 적절한 수준의 정부 R&D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 현상을 낳을 수 있다.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을 포함하는데, 대체로 R&D 집약도가 높은 고기술 분야로, 이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기존 중소기업도, 창업기업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제조창업 기술수준별 비중은 저기술(44%), 중저기술(26%), 중고기술(23%), 고기술(7%) 순으로, 중저기술 이하가 70%를 차지하고 있다(한국산업단지공단, 2022.11.29.).
둘째, 또한 국가전략기술분야 중심의 지원은 중소기업 R&D 과제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정부가 원하는 '유행하는 연구'로 중소기업을 내몰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이 정부 R&D 과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자금 확보의 목적도 있지만, 정부 과제 '참여 실적'(Track Record)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는 민간 투자기관의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서는, 참여조건 또는 평가기준 중 하나로 정부 과제 참여 실적 등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규과제의 50% 이상을 국가전략기술분야 중심으로 지원하게 되면, 이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과제 참여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자신의 연구개발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분야에 맞추거나 또는 포장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 자금과 실적 확보가 필요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R&D 주제를 선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액 금액의 다수 지원이라는 저변확대 전략에서, 큰 규모 금액의 소수 선도기업 지원이라는 집중 전략으로의 전환은, 자칫 중소기업 성장 단계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창업기업이 필요한 정부 R&D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 TIPS) 프로그램의 예산 감소 및 지원 축소로 현실화 되고 있다.
팁스는 민간 투자 기관이 지분을 투자한 유망 기술 기업에 정부가 R&D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제도로, 그간 실효성이 높은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팁스 신규 사업에 약 1200억을 배정했지만 내년 예산안에서는 약 282억 원 감액한 약 918억을 배정했다. 아직 국회 심의 등이 남았지만 예산이 이대로 확정되면 팁스 선정 기업 수는 올해 900곳에서 700곳으로 줄어들게 되고, 정부 지원을 받는 창업 초기 기업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서울경제, 2024.9.5.).
정부가 R&D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현황을 엄밀히 진단하고 이로부터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 R&D 혁신방안'의 정책 변화는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 포트폴리오를 왜곡하여, R&D 과제의 쏠림 현상과 단기적 성과만을 지향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대통령의 말로 시작된 2024년 R&D 예산 삭감 과정의 혼란을 겪은 이후, 얻은 교훈의 하나는 급격한 정책 변화는 충분한 숙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책 변화의 득과 실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숙의 과정은 더 깊고 폭넓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수월성, 혁신성, 전략성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 전략의 변화가 오히려 우수한 기술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이 적절한 수준의 정부 R&D 지원을 받지 못하는 소외 현상을 낳지는 않을지, 중소기업 R&D 과제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정부가 원하는 '유행하는 연구'로 중소기업을 내몰 우려가 있지는 않을지, 중소기업 성장 단계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창업기업이 필요한 정부 R&D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을지 면밀해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아집과 오류로 R&D 기반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 발전이 좌초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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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R&D 혁신방안', 또 다른 문제 낳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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