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토끼가 선물해준 종이 액자. 반듯하게 접거나 종이 접기 책을 따라하지 않았다. 이 종이 액자를 보며 육아의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지혜
그래도 작품을 만든 토끼가 꽤나 기특하고 예뻤다.
아이는 이미 종이접기 책의 사진처럼 내 작품이 똑같지 않아도, 반듯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렇네. 육아는 반듯한 종이 접기가 아니었어.'
꼭 자로 잰 듯 반듯해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첫째 토끼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려고 해도, 어차피 완벽할 수 없는 게 인간인데 말이야.
어쩌면 육아는 내가 원하는 속도와 방식대로 할 수 없는 게 기본값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건넨, 손 위에 올려진 종이 액자를 보니 선택의 연속이 가져온 피로감을 앞세워 모든 것에서 완벽하고 싶었던 내 모습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게 된다.
살림도 육아도 일도 모든 것에서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그래서 매 순간 선택이 어려웠고,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 모든 것에 신중해졌나 싶기도 하다.
아, 실수 좀 하면 어때.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무엇보다 첫째 나이만큼 엄마 나이도 이제 겨우 6살인 걸. 어쨌든 토끼들을 위해 날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반듯하지 않아도 조금은 흐트러져도 괜찮다고 내 마음에게 울퉁불퉁한 모양의 말을 건네본다. 새근새근. 숨소리 마저 사랑스러운 토끼 아이 넷이 잠든 밤, 작은 다짐이 절로 나온다.
"토끼들아. 엄마를 위해서도 너희를 위해서도 반듯한 종이 접기는 이제 안 할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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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하늘, 나무, 들꽃. 자연의 위로가 최고의 피로회복제라 믿는 사람. 퍽퍽한 서울살이에서 유일한 위로였던 한강을 붙들고 살다, 시골로 터전을 옮긴 지 8년 차 시골사람. ‘사랑하고, 사랑받고’라는 인생 주제를 이마에 붙이고 살아가는 그냥 사람. 토끼 넷과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는 엄마 사람. 소박한 문장 한 줄을 쓸 때 희열을 느끼는,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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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첫째가 종이 접기로 알려준 육아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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