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No. 16 {Green, White, Yellow on Yellow}'(1951)
Pace Gallery
로스코 사후에 그가 쓴 원고가 발견되어 자식들에 의해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2024)라는 제목으로 출판 되었는데, 그의 글들을 보면 로스코의 예술이 지극히 내밀하고 깊이 있는 철학적 탐구의 결과물 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아들 크리스토퍼는 그의 저서<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2024)에서 로스코의 원고가 그가 겪은 예술적 변화의 일부였으며, 그가 직접 글을 쓰지 않았다면 로스코의 양식적 변화가 더 늦게, 혹은 다른 방향으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글이라는 매개체가 로스코의 예술철학에 근간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우환도 글과 뗄 수 없는 화가이다. 그는 1961년에 철학공부를 끝내고 1969년 평론으로 일본 미술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의 글은 물체 자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는 '모노하'운동에 근간이 되었다. 그는 "가장 위대한 예술적 표현은 무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할 때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드러내거나 그 위치를 바꿈으로써 세상을 더 생생하게 보이게 하는 것" 이라고 썼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했다. 그에게 예술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보다는 사물을, 존재 그자체를 더 의식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그가 예술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였다. 사물, 시간, 공간,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의 무뎌진 감각들이 강렬하게 자각되는 이유이자, 그의 작품이 응축된 시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