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되어 있다. 시민들이 추가로 진열된 소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구입하고 있다.
이정민
"요즈음은 각 지방자치단체, 문화원, 지역사 연구단체 등에서 지역사를 대상으로 한 구술사 채록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엄청난 자료가 된다. 그리고 그런 자료들은 연구자들,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는 정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컨텐츠가 된다. 이번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의 한켠에는 광주와 제주의 이름없는 연구자들이 진행한 구술 채록 작업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실제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탄생시키기 위해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 등을, <작별하지 않는다>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등을 참고했다.
마을이 사라지면 역사가 사라진다, 기록해야 하는 이유
박찬승 교수는 <마을로 간 한국전쟁>(돌베개, 2010)은 문헌조사와 구술 채록을 통해 한국전쟁기 지역의 마을들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의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혼돈의 지역사회>(2023, 한양대학교출판부) 또한 오랫동안 지역사와 마을사를 미시적으로 접근해 삶의 역사로 재해석하는 학문적 성취를 남겼다.
그는 구술 채록을 중심으로 마을사를 연구하게 된 배경에 대해 "(1990년대) 목포대에 있을 때부터 수백 년 역사를 담고 있는 마을이 사라지면 역사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는 문헌으로 된 사료가 별로 없어 관련된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런 구술이 바탕이 돼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도 이런 미시적인 지역사와 마을사 연구가 축적돼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마을지 편찬부터 시작을 해서 지역사 자료들을 좀 더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와 서울대대학원을 졸업했다. 역사문화학회 회장, 한국사회사학회 회장, 목포대와 충남대 교수, 한양대학교 동아시아문화연구소·비교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국사회사학회 회장, 한국사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학문적 업적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단재상, 임종국상 등을 두루 수상했다. 아래는 박 교수와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