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촌 김성수친일 행적이 밝혀져 서훈을 박탈당한 인촌 김성수는 이미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임정훈
한강 작가가 인촌상을 받을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영원히 세계가 기억할 작가 반열에 오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정리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반민족 친일행위자의 이름으로 주는 상과 상금을 받은 것이 두고두고 작가의 양심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로서 명예와 권위를 의심하게 만들지 않을까.
역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 가운데에는 작가로서 양심을 지키고 역사의 증언자로서 행동하고 실천한 이들이 많다.
행동하는 독일의 양심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거인으로 평가 받는 귄터 그라스, 공산 정권 치하 옛 소련의 인권 탄압 실상을 폭로해 반역죄로 추방되었던 '러시아의 양심' 솔제니친, 현대 폴란드의 투쟁 즉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소련 점령,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스탈린주의, 계엄령, 민주화 등을 증언한 쉼보르스카, 오스만 제국(튀르키예의 전신)이 아르메니아인과 쿠르드족을 학살했다고 발언하는 등 튀르키예 문학계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오르한 파묵, 일본의 국수주의를 비판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반전운동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일본 문학의 진보주의, 평화주의의 상징으로 '전후 민주주의 세대의 거성', '전후 민주주의의 기수'로 통하는 오에 겐자부로 등 셀 수 없다.
장 폴 사르트르는 노벨문학상마저 거부했다. '노벨상을 받으면 나의 행동과 지지 발언이 노벨상의 권위로 대체되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사르트르는 자신의 모든 행위가 노벨상의 후광에 따른 것으로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을 경계했다.
한강 작가는 반대의 경우라 하겠다. <노벨상 한강…'삼성 호암상'이 먼저 알아봤다>처럼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작가의 권위와 명예를 이용하려 드는 일을 경계하고 차단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동아일보 계열 종합편성 채널인 <채널A>에서도 17일 '현장영상'이라며 한강 작가의 인촌상 수상식 장면을 내보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5년 전 인촌상 수상 소감은 한 편의 소설 같습니다"라는 본문을 덧붙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친일·반민족 행위(자)에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표적인 친일문학상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동인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받지 않은 것이다. 그는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3번이나 올랐다. 2008년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 2012년 <희랍어 시간>으로 동인문학상 최종 후보가 되었다.
황석영, 고종석 작가처럼 동인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것조차 거부한 이들도 있다. 한강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에 오를 때마다 동인문학상 주관 조선일보와 인터뷰도 빠지지 않고 했다. 그러나 동인문학상은 다른 이들에게 갔다. 다행이다. 최종 후보였던 세 번 중 어느 한 차례에 친일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더라면 어쩔 뻔 했나. 정말 다행이다!
한강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문학사에 영구히 기록될 대한민국 작가이다. 작가로서 그가 져야 할 명예와 권위 그리고 책임과 실천이 더 커졌다. 작가의 세계관이나 작품이 가리키는 방향과 거리가 있는 기관이나 친일·반민족 행위와는 단호히 결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세계가 현실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홀로코스트는 문제이지만 친일·반민족 행위는 상관없다거나 친일문학상을 받고도 당당하기만 한 작가들에게도 부끄러움을 가르쳐주면 좋겠다.
작가 한강을 오롯이 지키며 옹호하고 싶은 '원조 독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스톡홀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서게 될 그에게 감격 어린 축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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