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 양측 수석대표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의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오른쪽)와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
외교부
외교부는 지난 4일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발표했다. 타결안을 보면, 협정 시작 연도(2026년) 방위비분담금은 8.3% 인상된 1조 5192억 원이며 협정 기간은 5년으로 하고 연간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며, 미군 역외자산 정비 폐지가 제도개선의 하나로 되어 있다.
정부는 이번 타결안이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결과의 도출'이라며 연간 인상률 기준을 전 협정 때의 국방비 증가율에서 물가 상승률로 되돌린 것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들고 있다. 또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 폐기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방위비분담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제고하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자평은 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8.3% 인상이 "미측이 제기한 소요에 기반하여 방위비분담금 규모를 협의"(외교부 보도자료, 2024.10.4.) 한 결과라고 밝혔다. 방위비분담 인상률이 미측의 소요에 기반해 논의됐다는 것은 미국이 협상 시작 때부터 요구해온 인상률 13.9%를 바탕으로 12차 협정의 인상률 8.3%가 협상되고 정해졌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13.9% 인상 요구는 12차 협정 인상률이 전(11차) 협정 인상률(13.9%)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 외에 어떤 타당한 근거도 없다. 더구나 11차 협정 인상률 13.9% 자체가 기준을 바꾸는 꼼수와 국민 속임수(관련기사 :
인상 뻔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해야 할 이유 https://omn.kr/28kem)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얼토당토않다. 결국 8.3%는 윤석열 정부가 협상 시작 전에 3%를 내부 목표로 정해두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이를 관철할 의지가 없었으며 시종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굴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타당한 근거 없는 8.3% 인상 요인
정부는 2026년도 방위비분담금의 8.3% 인상의 근거로 ▲최근 5년간 연평균 방위비분담금 증가율 6.2% ▲한국인 노동자 증원 소요 ▲군사건설 분야 건설관리비 증액 소요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모두 미국의 대폭 인상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 낸 꼼수이거나 국민 속임수다.
'최근 5년간 평균 방위비분담금 증가율'이란 인상 기준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적용된 바가 없는 듣도 보도 못한 기준이다. 보통은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고 11차 협정 때는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였었다. 최근 5년간 평균 방위비분담 증가율 6.2%는 2025년 물가 상승률 2%(정부 추정)나 국방비 증가율 4.2%(예상)를 능가한다. 높은 인상률 보장을 위해 '5년간 평균 방위비분담 증가율'이란 기상천외한 꼼수를 고안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 증원 소요도 속임수이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자 증원을 위한 방위비분담금 인상액 소요는 대략 185억 원(인상률 8.3% 중 1.3%에 해당)으로 추정되는 바, 이 정도 이유로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인상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한국인 노동자는 최근 감소 추세이지만 실제 증원 소요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방위비분담금 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방위비분담금은 총액이 먼저 결정되기 때문이다. 방위비분담을 구성하는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세 항목에 대한 배정액을 조정하면 인상 없이도 얼마든지 노동자 증원 소요에 대응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협상에서 미군의 역외자산 정비(주일미군 항공기)를 폐지하기로 했기에, 거기서 절약되는 돈(연간 182억 원)을 이용해도 된다.
건설관리 비용도 방위비분담 인상 요인이 될 수 없다. 정부 주장대로 군사건설비(현물 지원) 가운데 건설관리비의 비중을 3%에서 5.1%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에 필요한 액수는 110억 원(8.3% 인상 요인 중 0.8%에 해당)으로 이 정도의 금액이면 얼마든지 현물 군사건설비 안에서의 비목별 조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또 군사건설비는 많은 미집행금이 발생될 것이 예상되어 애초에 예산편성조차 되지 않는 이른바 감액분(협정액과 예산액 차이)이 2020∼2023년 사이 매년 천억 원 이상에 달하였다. 매년 수백억 원의 이월액과 불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관리비의 증액을 위해 방위비분담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11차 협정에 대한 평가를 생략한 것은 미국 봐주기
12차 협정은 11차 협정을 갱신하는 협정이고 또 미국은 12차 협정 인상률이 11차 협정 인상률(13.9%)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미국의 소요제기가 타당한가를 검증하자면 응당 11차 협정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어야 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11차 협정기간인 2020∼2023년 사이에 발생한 방위비분담금의 미집행금(집행 잔액 포함)은 11차 협정 2조 이월 규정(2020년 방위비분담금 1조 389억 원 중 인건비 3144억 원을 제외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를 추후 미국에 지급토록 한 규정)에 따른 7245억 원, 협정액보다 감액 예산 편성된 5135억 원, 불용액 402억 원, 미군 보유 미집행현금 미회수분 약 2500억 원 등을 합해서 대략 1.5조 원에 이른다.
이런 대규모의 미집행금이 발생했다는 것은 11차 협정의 인상률 13.9%가 터무니없이 높았으며 그 결과 방위비분담금이 우리 국민에게 불필요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응당 12차 협정 협상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삭감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는 11차 협정에 대한 평가를 생략하였다. 이는 물론 미국 봐주기다.
정부의 낯 뜨거운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