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가 자택에서 방문진료를 받고 있다.
뉴스민
대구 서구에 거주하는 B씨(80)는 청각장애를 이유로 경증장애로 등록된 장애인이나, 2006년 중풍, 2023년 고관절 골절로 1년여 기간 침대 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B 씨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골절상에 대한 수술을 하지 않기를 권했기 때문이다. 수술도 받지 않을 B씨가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같은 청각장애인인 아들이 B씨를 돌보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장애인 활동지원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에, 장애 정도를 중증으로 상향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처지다. 중증장애인으로 인정받으면 B씨가 평소에 지원받는 장애인건강주치의 사업에서도 추가적인 방문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증 상태에서는 연 2회(2인 기준)지만, 중증장애인으로서는 연 12회(2인 기준) 방문진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B씨 역시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게 크나큰 장벽이다. B씨가 사는 집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다가구주택이고, B씨는 2층에 거주한다. 골절 상태의 B 씨를 병원에 옮겨 진단을 받고 다시 복귀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A, B씨에 대한 방문진료를 이어오고 있는 양선희 위드의원 원장은 "A, B 씨 모두 병원 방문을 하지 않고도 장애 상태가 명확하게 판명되며, 장애가 심한 사례에 속한다. A 씨는 재차 재판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2회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하자 병원 방문을 포기했다. B 씨도 골절상에 대한 수술을 하지 않아 호전 가능성은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 중증장애인 인정과 이에 따른 서비스가 절실하다. A, B씨 사례만이 아니라, 유사한 사례는 충분히 확인된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 복지 서비스 접근권이 좀더 확보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편의제공 의무 있으나
장애인 등록, 정도 조정, 재판정 시 병원 방문 필수
"서비스 제공보단 보장 축소에 맞춰져"
"사례별 서비스 제공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공단에 따르면, 와상 상태로 지내는 장애인도 특정한 유형의 경우에만 진단서 발급 절차를 완화하고 있다. 뇌병변장애인이면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한 장애인에 한해서만 신경과 의사 등 관련 전문의가 아니라 요양병원 의사가 장애정도심사용 진단서 발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도다.
A, B씨 사례는 와상 상태이지만 뇌병변장애인도 아니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도 아니다. 이 탓에 장애인 인정과 정도 조정, 재판정 과정에서 장애나 질환 상태가 명백하고 병원 내원이 어려운 경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장애정도심사규정에 따르면 공단은 공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장애정도심사규정을 위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 다만 이 편의제공 또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해당 규정에 따른 편의제공으로 현재 ▲기 실시된 진료에 대한 서류 발급 대행 ▲자료보완시 발급비용, 검진비용 등 지원 희망자 지원 ▲상담, 접수, 동행서비스 지원에 그친다.
서미화 의원은 "의료기관 방문이 필수적인 상황은 공급자 중심으로 제도가 마련된 탓이다. 장애인은 장애유형과 장애정도 외에도 주거환경, 외부적 요인 등으로 의료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집단"이라며 "개인의 건강 및 장애 상태에 맞춰 장애심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접근이 어렵고, 의사 방문 진료로 장애 진단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경우 의사 소견을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문진료-장애진단 모델 도입이 필요하고, 만약 의료장비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충분히 이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방안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장애진단을 위해 병원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지자체마다 다르고, 자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는 기능이 떨어져서 장애인건데, 구체적 기능을 보지 않고 질병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만 놓고 따지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에 기초한 장애유형 분류와 이에 따른 지원은 불필요한 지원까지도 하는 문제도 있다. 그보다 사례별 판정과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장애인 주치의 제도를 시범사업 수준이 아닌 전면적으로 활성화하고, 통합돌봄체계를 통해 촘촘히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관계자는 "서류를 냈음에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 직접 진단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다"며 "서류 완화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다. 여러모로 불편함 없이 재판정받을 수 있을지 논의도 하고 있다. 기준이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는 있는데, 서류를 갖추지 않은 문제는 의료계에서도 찬성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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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밖 못 나가는데... '직접 병원 방문'만 가능한 장애인 재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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