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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

[현장] 이태원 2주기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

등록 2024.10.22 15:54수정 2024.10.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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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민씨(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구술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가 생각에 잠겨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민씨(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구술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가 생각에 잠겨 있다.이정민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꼭 읽어야 하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일주일 앞두고 희생자 부모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가 출간됐다.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자 이 책의 구술자로 참여한 이정민(고 이주영씨 아버지)씨는 "누구에게 이 책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지"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즉답했다. 특히 "나라의 지도자로서 참사를 겪고 있는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려면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는 지난 1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생존자 및 희생자 형제·자매 인터뷰 기록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에 이은 두 번째 기록집이다(관련 기사 : '이태원'은 떠올리지도 못하던 누나, 인터뷰에 응한 이유 https://omn.kr/265jg).

유가족과 작가 기록단, 출판사 창비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책은 유가족 활동 전면에 나섰던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과 분투부터 뿔뿔이 흩어진 탓에 좀체 드러나지 못했던 지역 및 해외 유가족들의 애타는 심경과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을 그려 모아 기록했다"며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으며 골목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후유증 남았지만 구술한 이유는요..."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유가족 인터뷰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유가족 인터뷰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창비

작가기록단으로 참여한 정인식(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 작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떠도는 말 속에서 진짜 우리 사회에 들려주어야 하는 말은 무엇인지, 또 지난 2년간 유가족협의회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책에 담고자 했다"며 "특히 책의 제목처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참사는 결국 그 시간, 그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고 언제 어디든 다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사실 지난해 1주기 구술 기록집이 발간됐을 때는 '책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라며 반신반의했다"면서도 "의외로 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유가족들과 희생자 부모님들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가 가져오는 아픔과 고통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런 대형 참사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큰 아픔을 남기는지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구술자로 참여한 일을 설명하며 "지난 일들을 다시 이야기해야 해서 후유증이 남기도 했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고 김산하씨의 어머니 신지현씨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참사가) 감춰지고 묻힐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웠다"며 "그래서 계속 소리를 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참사를 기억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생각하면 너무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잠깐 피하고 싶고, 눈 돌리고 싶죠. 이런 심정은 저도 마찬가지고 모든 사람이 그럴 거로 생각해요(...)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이 너무 무겁거나 슬프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나 책 등 이런 방식으로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참여했습니다." - 송해진(고 이재현씨 어머니)씨


"'구술자로 어떻게 참여하게 됐느냐'라고 물으시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누가 나서서 얘기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정부는 참사를 묻으려 하고 축소하려 해요. 책임을 회피하죠. '당신들의 잘못으로 분명히 억울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 신지현(고 김산하씨 어머니)씨

'이런 분들'께 책을 추천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출간 기자간담회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이정민

세 유가족은 "누구에게 이 책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지"를 묻는 취재진의 말에 "윤석열 대통령", "그날 그곳에 있던 사람들", "20~30대 젊은 친구들" 등 각자의 생각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꼭 읽어야 하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나라의 지도자로서 참사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려면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씨는 "그날 그 자리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함께 있었던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생존 피해자이지만 (2차 가해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피해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구나'라는 위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놀다가 죽은 아이들을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라고 말하는 젊은 친구들과 우리 딸 나이 또래인 20~30대 친구들에게 한 권씩 주고 싶다"면서 "정말 당신들이 이태원에 놀러 가서 살려달라고 구조 요청을 했음에도 아무도 (구조하러) 안 와도 되는 건지, 그래도 괜찮은 건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참사의 유가족으로서 이태원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처음 작가기록단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고민했다. 투쟁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이태원 참사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등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저는 그간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살아왔지만 이태원 유가족들은 정말 덜 고통스럽고 빨리 안정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기록단에 참여하게 됐다. 같은 아픔을 가진 유가족으로서 제 기록 활동이 이태원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조금이라도 비빌 언덕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서로 부축하고 고통을 끌어안아 보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힘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유가족과 작가기록단은 이날 출간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전국의 동네 서점과 지역 시민 모임 등 20여 곳을 찾아간다. 오는 27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중구 별들의 집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한다. 또 26일에는 오후 6시 34분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행진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시민 추모대회를, 29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2주기 추모제를 진행한다.
#이태원참사 #참사는골목에머물지않는다 #이태원인터뷰 #이태원기록집 #1029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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