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접장님으로부터 받은 죽시 (서울 공항정 / 2024.11.5)
김경준
그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화살이 무려 10발이나 생겼다. 새로 받은 화살을 활에 걸어보니 끝까지 잘 당겨졌다. 쏴보니 날아가는 궤적도 안정적이었다.
활과 화살의 궁합도 중요한데, 선물로 받은 그 화살들은 내 활에 잘 맞는 좋은 화살이었다. 주변에서는 "그 화살 나 주지"하면서 부러워하는 분들도 계셨다.
생각해보면 선배들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국궁을 시작한 뒤로, 죽시며 화살통이며 심지어 비싼 각궁(합성궁, 활)까지 받은 적도 있다. 선배들로부터 받기도 참 많이 받았다. 물질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이 얼마나 감사한가.
선배 궁사들은 평소에도 "학생이 무슨 돈이 있느냐"며 내게 밥이며 술이며 늘 사주려고만 하신다. 국궁동아리 대학생들을 인솔하여 활터를 방문했을 때는 "국궁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다"며 따로 용돈을 쥐어주시는 분도 계셨다. 매번 받기만 하는 게 송구스러워서 손사래를 치면 "앞으로 후배들 들어오면 똑같이 잘해줘"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질적인 배려만 받았던 게 아니다. 승단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승급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심사 일정이 늘 수업이 있는 날과 맞물려 참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 한 사람 때문에 날짜를 바꾸기 민망해서 아무 말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 사정을 파악한 심판 분께서 11월에 열릴 심사 날짜를 일부러 수업이 없는 날로 잡아주시기도 했다. "이번엔 꼭 승급에 성공하라"라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활터에는 꼰대들이 많다", "활터는 너무 폐쇄적이다". 세간에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물론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는 곳도 많다고 들었다. 또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모두가 내게 친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부 사례들 때문에 국궁장이란 곳이 꼰대들의 집합소처럼 비춰지는 게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터들도 많다.
나 역시 어른들이 볼 때는 한참 어린 'MZ세대'이지만, 나보다 더 어린 궁사들에게 똑같이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젊은 궁사들이 활터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른들로부터 받은 '빚'을 갚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받은 만큼 베풀어야지' 다짐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