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붙은 안내문
ⓒMarkus Spiske, Unsplash
상상할 수 없이 싼 가격에 팔리는 수많은 물건, 배달되자마자 버려지며 딜리버 스루Deliver-through('배송 즉시 버린다'는 뜻), 패스트래쉬Fast+trash 대열(패스트 패션에 빗댄 표현으로 실시간으로 생기는 쓰레기를 의미)에 동참하는 것이 소위 '힙한' 것인 양 착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대체 우리에게 물건은 어떤 의미일까? 엘리트 지위로 올라가는 출입증일까? 근사한 나를 입증해 줄 증명서일까? 우리에게 정말 긴요한 물건은 어디까지일까?
옷장을 열면 차고 넘치는 옷들 사이에서 왜 계절이 바뀌면 입을 옷이 없는 걸까? 이런 현상을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과시적 소비'라는 말로 정의했다.
이제 옷은 하나의 신분증이 돼 버린 걸까? 소외되지 않으려는 불안한 심리가 유행이라는 파도가 쉼 없이 밀려와도 지치지 않고 올라타려는 건 아닐까?
물건의 탄생은 유한한 지구 어딘가에서 채굴을 하든 경작을 하든 토지와 노동을 착취한 결과이다. 게다가 물건의 탄생은 폐기의 공간을 담보할 수밖에 없다. 그 어느 과정도 지속 가능할 수 없는 이 구조를 우리는 왜 어떤 질문도 없이 수용하는 걸까? 도대체 우리는 어느 규모까지 이런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얼만큼 성장해야, 어느 정도로 물건을 소비해야 적절하다고 느끼는지 자신에게 물어본 적은 있을까?
뒤처지지 않으려면, '힙해'지려면, 당신의 품격을 보여주려면 얼른 돈을 써서 소비하라고 광고는 온갖 미디어에 툭툭 튀어나와 고함을 질러 댄다. 특히 '블랙 프라이데이'가 자리한 11월은 그 고함이 극대화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11월 마지막 금요일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BND)'은 소비주의에 저항하는 국제적인 날로 여겨지며,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다가오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을, 그리고 함께할 물건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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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사라'는 광고들... 그런데 그 물건 정말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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