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구멍을 찾아온 박새
이경호
봄과 여름 힘겹게 번식을 진행하고 가을 겨울은 다시 야생과 싸워야 하는 삶이다. 그런데 올봄 찾아왔던 박새가 다시 구멍을 찾은 것이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다시 번식을 하기 위한 둥지를 선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따뜻해진 날씨로 계절이 아닌 꽃이 피는 일은 그동안 많이 봐왔다. 하지만 새들이 이렇게 가을에 번식을 준비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세운 세종보 농성장에서 확인한 박새의 모습을 확인하니 더 확신이 생긴다. 멸종이 우리 앞에 와있고, 이를 막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새들이 가을 번식을 멈추는 이유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혹한을 대비해서 가을의 씨앗들로 몸을 준비하고 겨울에 대비하는 생태적인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번식을 하고 나면 어미새들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이런 상태로 겨울을 맞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가을에 다시 몸을 회복하는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번식기가 온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날씨가 더 추워진다니 번식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농성장은 더 추워지는 날씨로 힘들어 지겠지만 박새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번식을 하다가 혹한이 온다면 그야말로 낭패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전 세계의 많은 생물들이 교란되고 있는 증거를 보여준 박새를 확인하니 걱정이 더 많다. 이런 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평가하고 준비해야 할 대상은 기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4대강 사업을 철거를 해야 함에도 다시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기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댐 건설 강행을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문맹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 농성장 일주일 체험을 권한다. 탁상행정이 가져온 결과는 현장에서 죽음과 고통을 가중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계절변화는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농성장에는 저녁마다 기러기떼가 비행을 시작한다. 잠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개체수도 늘어 500여 마리가 되었다.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것이다. 겨울철새인 기러기가 자리잡았고 떠나는 3월까지는 매일 기러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둑어둑해지는 저녁때면 잠지를 찾아가는 기러기의 습성 때문에 저녁을 알려주는 시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