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를 함께한 사람들간담회를 마치고 모두 앞에 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셜투어
추모와 기억, 공감과 연대의 장
많은 이들이 쉽게 잠에 들지 못했던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일로부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예방 대책의 미비와 부실 대응이라는 명백한 이유로 159명이 희생된 이 참사에 대해 여전히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 이태원 참사라는 큰 슬픔과 작별할 수 없었다.
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고 또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소셜투어 4기: 기억을 이어나가는 여행'(아래 소셜투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가톨릭대학교 재학생들과 함께 해당 간담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소셜투어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기여를 원하는 대학생 및 청년들이 모여 전국 곳곳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코스를 직접 탐방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번 4기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를 주제로 기획되었으며 참여자들의 학교에서 직접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이 최종 미션이었다.
해당 간담회는 참사 당일부터 지난 2년 간의 일들을 모두 겪어온 유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오해들을 바로잡고, 동시에 진정한 추모란 무엇인지, 또 다른 참사 방지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는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하나의 '장'을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학교에서 다룰 수 없다?
간담회를 열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장소를 구하는 것이었다. 대자보는 물론이고 홍보물 하나도 마음대로 붙일 수 없게 하는 학교에서 기획단의 이름만으로는 대관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때문에 학내 단위의 이름은 기획단에게 간절히 필요했다.
가장 먼저 학보사에 연락해 공동주최를 요청했다. 함께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 학보사의 이름을 통해 학생 강의실 신청 시스템으로 강의실 대관을 신청하였지만, 며칠 후 돌아온 건 대관 신청을 보류였다. 학생지원팀에 직접 연락해 대관 보류에 대해 물었으나 "학교에서 간담회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질문과 내부 회의를 통해 다시 답변해 준다는 답변만을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강의실을 빌렸지만 그 후에도 외부인은 몇 명인지, 재학생들로 구성되어 준비한 것인지, 어떻게 기획된 것인지 등의 전화가 계속 되었다.
움츠러들 수 없었던 이유
가장 급했던 장소가 해결되고, 그 다음은 홍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획단원들은 이틀에 한번씩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홍보글을 올렸다. 홍보글을 올리는 과정 중 게시판을 잘못 선택하여 업로드하자 간담회는 순식간에 커뮤니티의 화거리가 되었다.
올라온 글의 주된 내용은 '학교에서 왜 이런 것을 하냐'는 것과 '정당 이름이 포함된 행사를 왜 학교에서 하냐'는 물음들이었다. 학교에 정치를 끌어들인 자들이 누구인지 기억하자는 글, 특정 학과 학회를 보고 학과 전체를 하나로 묶어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등 참사에 대한 혐오부터 이를 준비한 학생들에 대한 비난글들이 가득했다. 어떤 이는 간담회 당일 계란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솔직히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고, 혐오발언을 한 학생들은 다른 이들이 아닌 세월호 참사를 겪고 이태원 참사를 함께 겪은 세대이기에 절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힘이 없는 혐오가 참사와 간담회를 아무렇게나 규정한대로 남아있게 할 순 없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로 남게 할 수 없었고, 이태원 참사를 국가의 잘못이 없는 하나의 사고로 남겨둘 수 없었다. 혐오는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포스터를 더욱 열심히 붙이고 다녔고, 포스터와 화자보(화장실용 자보)가 계속해서 떼어져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접착제 삼아 다시 붙였다.
기획단은 나름의 큰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고 가는 말 속에는 대학생은 어떤 존재인지, 학생이 학교가 아니면 어떤 공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결국 모든 말은 간담회는 꼭 열려야 한다는 것으로 끝났다. 그 시간을 통해 기획단원들은 서로의 고민과 마음을 나누며 간담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했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는 또 하나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