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학과는 이과만 받는다?" 신용보증기금의 이상한 채용 공고

[기사 보강 : 11월 21일 오후 8시 10분]

대구광역시에 본점을 둔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데이터 분야 석·박사를 채용하면서, 인문사회계열(문과)로 분류된 고려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원 통계학 전공자의 지원을 제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자연과학계열 통계학 전공만 지원 가능? '통계학과 원조'도 배제

고려대 대학원 통계학과 출신인 A씨는 지난 8월 27일 신용보증기금의 채용 공고를 보고 석박사 과정에 지원해 자기소개서와 약식 논술을 평가하는 1단계 적격심사를 통과했지만, 5배수를 뽑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해 면접을 볼 수 없었다.

그가 석사 학위를 받은 고려대 통계학과가 교육부 대학알리미 표준분류계열에서 '자연과학계열(대계열분류)-통계학(소계열분류)'이 아닌 '인문사회계열-기타'로 분류돼 있다는 이유였다.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8월 27일 공지한 채용공고문. 데이터 분야 석사 이상 학위보유자를 채용하면서, "교육부 대학알리미 표준분류계열에 따른 대학원의 학과 소분류가 ‘통계학’에 해당하는 자"로 제한했다.신용보증기금

현재 전국 50여 개 대학 통계학과는 대부분 이과(자연과학계열)로 분류돼 있지만, 지난 1960년대 처음 통계학과를 개설한 고려대를 비롯해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주요 사립대학에선 대부분 문과(인문사회계열)로 분류했다. 하지만, 1970년대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계산통계학과가 개설된 뒤 주요 국공립대에서는 자연과학계열로 자리잡았다.

A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용보증기금 인사 담당자에게 서로 분류만 다를 뿐 통계학과 교육 과정은 차이가 없고 자신도 주로 자연과학계열 전공자에게 주는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홍보실 담당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데이터 분석 전문가 채용을 위해 학과 명을 '데이터'로 검색하면 총 235개 학과가 나오고, '통계'로는 104개가 나오는 등 학과별 세부 분류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고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어 객관적인 자격 요건을 적용하기 위해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표준분류체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학문상 분류 체계를 취업 기준으로 활용 곤란"

현재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학 학과(전공)를 크게 인문사회계열,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 의학계열, 예체능계열 등 5가지 대계열로 분류한 뒤 이를 다시 중계열과 소계열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교육데이터담당관실 대학알리미 담당자는 20일 <오마이뉴스>에 "대학알리미 표준분류체계는 학문상 분류 체계여서 취업에서 기준으로 활용하는 건 곤란하다"면서 "기업에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교협 대학정보공시센터도 지난 10월 7일 '대학알리미'에 "표준분류계열은 대학이 관련 법에 따라 학칙으로 정하여 수여하고 있는 학위 정보와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에, 인사, 취업 등 특수목적을 위해 표준분류 정보를 사용하는 경우 본 유의사항에 안내된 내용을 확인해 활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등교육법 제6조와 같은 법 시행령은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의 종류와 표기 방법은 대학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당시 대학알리미에 공지된 통계학 관련 대학원의 경우, 대부분 '자연과학계열(대계열)-통계학(소계열)'로 돼 있었지만, 고려대(일반대학원 통계학과와 정책대학원 데이터통계학과), 연세대(일반대학원 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 일부 대학은 인문사회계열(소계열은 '기타'에 해당하는 'N.C.E')로 분류돼 있었다. 또 경기대, 대전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은 대학알리미상에는 '자연과학계열'로 분류했지만, 대학 자체적으로는 '인문사회계열'로 분류하고 있었다.

▲2024년 하반기 주요 대학원 통계 관련 학과 표준분류계열(자료: 교육부 대학알리미. 2024.10.7. 기준)김시연

고려대 통계학과 담당자는 21일 <오마이뉴스>에 "고려대 통계학과는 1962년 처음 인가를 받아 1963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는데, 당시 이공 계열 규모가 크지 않았고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통계학 전공자도 대부분 경제학에서 분리됐다"면서 "이후 서울대 전산 계열에서 통계학과를 만들면서 이공 계열 통계학과가 늘어났지만, 서로 교육 과정이나 교과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고려대도 안암캠퍼스 일반대학원 통계학과와 정책대학원 데이터통계학과는 인문사회계열이지만, 세종캠퍼스 응용통계학과를 이어받은 빅데이터사이언스학부와 융합데이터과학대학원, 의학통계학협동과정 등은 자연과학계열(통계학)로 분류돼 있다.

연세대도 일반대학원 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인문사회계열이지만, 미래캠퍼스 일반대학원 정보통계학과와 의학전산통계학협동과정은 자연과학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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