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착한 시민, 모범 시민으로 살겠다"

11일 오후 부인 권양숙씨 선영 참배... 마산 진전면 오서리 마을 주민들과 인사 나눠

등록 2008.03.11 18:13수정 2008.03.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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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씨의 선영을 참배한 뒤 마을 주민들과 만나 “착한 시민으로,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11일 오후 경남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를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선 뒤 인수위 시절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대통령 재직 시에는 한 번도 찾지 않았고 이번에 방문한 것은 5년 만이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선영부터 참배했다. 선영에는 권양숙씨의 조부모(권영창·허달이)와 아버지(권오석)의 묘소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장모 박덕남(89)씨와 권양숙씨의 제종숙인 권오엽(84)씨 등 문중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선영은 상석이나 비석도 없이 봉분만 크게 되어 있었다. 권오엽씨는 “대통령이 된 뒤 문중에서 상석을 놓자고 건의를 했는데 청와대에서 절대 하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조부모 묘소에 먼저 절을 한 뒤, 노 전 대통령의 장인 묘소에 이어 절을 했다. 권오엽씨는 고유문을 통해 “5년간 임기를 마치고 돌아와 참배하게 되었다”고 고하기도 했다.

선영을 참배한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제사상에 놓았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음복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육포와 밀감, 곶감을 먹기도 하고 참석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신발을 벗고 절을 했는데, 발가락 양말을 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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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11일 오후 권씨의 고향마을을 찾아 선영을 참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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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는 2002년 대선 당선 뒤 인수위 시절 선영을 참배한 뒤 5년여만에 다시 찾았다. ⓒ 윤성효


황철곤 마산시장 "노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타파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오서리에 있는 안동권씨 문중 제사인 ‘경행재(景行齋)’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황철곤 마산시장과 하귀남 변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자 주민들은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마을 곳곳에는 ‘진전면 노인회’ 등에서 내건 환영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먼저 황철곤 시장은 “이곳은 애국지사 권오범 선생 등을 배출한 곳으로, 민족운동의 요람이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5년간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이룩했으며, 분권·혁신·균형을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또 황 시장은 “얼마 전 노 전 대통령께서 화포천 자연정화 활동을 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환경운동을 많이 해서 노벨상을 능가하는 큰 업적을 남기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양숙씨가 고향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권씨는 “진전면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었지만 참여정부 정책으로 인해 못했다”면서 “퇴임하고 김해에 내려와 살면서 경남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앞으로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권씨는 "오늘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면서 "그동안 걱정과 지지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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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에 절을 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가 음복을 하기 위해 술잔을 건네고 있다. ⓒ 윤성효



노무현 전 대통령 "장가 잘 갔다는 생각든다"

노 전 대통령은 제법 길게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오늘 진전면 땅 생김새를 보니 제 고향보다 잘 생겼다. 저희 집안에는 자랑스러운 유산이 없고 선조 중에 애국하신 분들도 있지만 비석을 세울 만큼 이름을 떨친 분도 없다. 이곳에는 애국지사도 있다. 그래서 기가 죽는다. 장가도 잘 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제가 잘 나서 대통령이 된 줄 알았는데, 집사람은 자기 복이라고 우기는 바람이 기분이 안 좋고 불편한 때가 있었다"면서 "오늘부터 그 말을 인정하겠다, 대차고 복 많은 각시 만나서 대통령 되는 영광을 얻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퇴임 뒤 귀향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 뜻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듯 그냥 왔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대개 사람은 ‘자신’과 ‘우리’를 위해 산다. 가족과 고향, 나라, 세계인류가 모두 우리다. 그것을 크게 가지고 사는 사람을 ‘공인’일 하고 그렇지 않는 사람을 ‘사인’이라 한다. 공인은 항상 공익과 사익 간에 충돌한다. 항상 공적 책임은 무겁다. 앞으로 나누며 살려고 한다.

고향에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적 생활도 주시하면서 평가 대상이 될 것 같다. 계속 부담이 있을 것 같다. 되도록 사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완전한 사인은 없다. 선거 때 투표하는 것도 다 책임이 따른다. 앞으로 저는 진영읍민으로서, 김해시민으로서, 경남도민으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아내 덕분에 출세했다고 생각해서 진전에도 고향에 대한 도리만큼 마음에 담고 잘 섬기겠다."

"근거 없는 비판은 자제하자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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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의 고향인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 '경행재'에서는 환영 행사가 열렸다. ⓒ 윤성효



정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민주주의는 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곧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문제다. 누구나 책임을 지려고 한다. 정치하면서 비난도 많이 받았다. 서로 경쟁하다 보면 남이 잘못하면 헐뜯고 해야 한다. 한쪽 편에 서야 할 때가 있다. 찬성과 반대도 있었다. 이제 편 가르는 데 안 들어가서 힘들 거 없다.

편 가르기에서 빠져나와 있으니 평가가 후한 거다. 대통령 후보 때 받은 표가 전체 국민의 34.1%였다. 1/3이 조금 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을 조금 못 미치는 지지로 출발했다. 대통령 경험으로 볼 때 앞으로 지도자가 1/3 이상 득표하기는 어렵게 돼 있다. 결선투표제를 하게 되면 과반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잘했다고 우기지는 않겠다”면서 “대통령 혼자서 다 하는 것 같지만 시민이 강하게 요구하면 못 하는 일도 있고,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시민 반응이 냉담하면 못하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대통령이 옳다 싶으면 적극 도와줄 것이다. 시민들의 강한 요구 같은 것도 해서 정책으로 채택되도록 할 것이다. 찬반을 떠나 나라를 위해 시민의 도리를 다하겠다. 밑도 끝도 없이 흔드는 경우가 있다. 비판을 하더라도 근거도 없고 사리에도 맞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사리에 맞지 않고 근거가 없는 비판은 자제하자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지지자들이 대통령 그만두더니 마음이 변했다고, 상대방 편든다고 비방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이어 ‘경행재’ 앞에서 황철곤 시장 등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마당에 마련된 다과상에서 음료수를 나눠 먹은 뒤 봉하마을로 돌아갔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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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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