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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냉전의 망령을 불러오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BMD)
4. 북한 미사일은 정말 위협적인가?
BMD 구상의 직접적인 이유로 제시되고 있는 북한미사일위협론은 사거리뿐만 아니라, 탄두,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적인 판단과 함께 정치외교적인 이해도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이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장착한 탄도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실제로 공격할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정치외교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은 뒤로 미루고 미국과 일본에서 외치고 있는 '북한미사일위협론'이 과연 타당한가를 기술적인 분석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북한 미사일 평가
98년 7월에 발표된 룸스펠트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5년 이내에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하고, 10년후에는 실전배치가 가능하다고 분석하였다. 이로부터 1년 뒤 발표된 CIA 보고서에서도 북한 미사일 위협을 미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뽑고, 가능한 빨리 BMD 배치를 해야한다고 권고하였다. 북한미사일위협론은 '깡패국가'라는 표현과 함께 클린턴 대통령이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해서도 자주 나오는 미국외교정책의 고유 상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들의 수사와 군사전문가의 분석을 보면서 복잡한 미사일 기술과 그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일반 국민들은 '그렇다면 당연히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테크노크라트 정치(technocracy)의 전형을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실체
지난 1월 18일 미국의 2차 요격 실험 일주일전에 공개된 미국과학자협회의 북한미사일기지 위성사진 분석 결과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분석 내용 전문보기)
미국과학자협회에서의 노동미사일 위성사진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노동 미사일 기지는 미사일 실험 발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도 구축되지 못했다. 수송로, 포장도로, 연료 저장소, 직원 숙소 등도 없는 원시적인 기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둘째, 노동 미사일 기지 시설의 위치가 발사 시험에 적합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발사 시설은 발사대, 발사대 서북 방면으로 약 850m 떨어진 거리 및 방향 통제소, 그리고 발사대 서쪽 방면으로 500m 정도에 위치한 미사일 조립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시설은 이러한 양식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셋째,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보통 20번 정도, 중거리 미사일의 경우 20 차례 이상의 실험이후 배치되는 것이 상례인데, 북한은 93년과 98년에 두 차례에 걸친 발사 실험 밖에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사일 기지 부근에 오히려 농촌 부락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있고, 기지와 촌락 사이에 안보 경계선조차 없기 때문에 상시적인 미사일 발사 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두고 과학자협회 회장인 존 파이크는 한마디로 "쥐 울음소리"에 불과하다고 평가하였다. 이것은 마치 걸프전 당시 노만 스와르코프 장군이 수십발에 달하는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 공격의 파괴력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스커드는 모기 같은 무기이다"라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미사일 기지 분석 결과에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더하면 북한미사일위협론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미국 CIA 보고서와 존 뮬러와 칼 뮬러가 99년 5/6월호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경제제재", 그리고 한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전성훈 박사의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과 전력의 실상"(통일시론 99년 가을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94년 제네바 합의이후 동결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핵무기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한데, 북한은 아직 한 차례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북한위협론을 강조해온 CIA에서조차도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은 적어도 향후 몇 년까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IA 보고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생화학무기가 장착된 탄도 미사일 위협도 존 뮬러와 칼 뮬러의 분석을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효과적으로 생화학 무기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탄두가 지상에 떨어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저고도에서 뿌려져야 하는데, 이것은 대단한 기술적인 정교함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화학무기를 운반할 만큼 중량의 탄두 탑재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바드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매튜 메슬손에 따르면 1평방 킬로미터의 개방된 공간에서 많은 살상자를 내려면 1톤의 신경가스나 5톤의 이피리트(독가스의 일종)이 사용해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성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대포동 1호(2단계, 사거리 1,500-2,200km)는 탄두 중량 700-1000kg, 정확도 2-4평방km 이고, 여기에 인공위성을 탑재한 3단계 미사일(Space Launch Vehicle : SLV)은 사거리가 4000km로 연장되지만, 중량은 50-100km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보면 CIA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5년에서 10년안에 미국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탄두 중량 수백킬로그램의 미사일이 개발하더라도,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CIA나 룸스펠트 위원회 보고서에서는 탄두 중량, 생화학무기 저고도 분사 능력, 정확도 등에 대한 분석을 사실상 외면하면서 사거리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노틸러스 연구소의 팀 새비지가 "사거리를 늘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 탄두를 가볍게 하는 것"라고 지적한 것을 음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분석이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BMD를 둘러싼 미국 내 논란은 대체로 북한미사일위협은 '고정변수'로, 기술적인 가능성은 '가변변수'로 보고 있다. 위의 분석은 적어도 'BMD를 추진할 만큼 북한 미사일이 객관적으로 위협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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