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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을 향한 각 정당간의 각축이 치열해지면서 상호비방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범위는 과거 여느 선거때처럼 안보문제까지 정략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소위 '서해5도 통항질서' 문제는 물론, 대북지원 및 현정부의 햇볕정책 등 초당적 대처가 절실한 통일안보문제마저 각당의 선거전략에 이용되면서 선거판이 더욱 얼룩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각정당의 상이한 입장은 각당이 밝히고 있는 대북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각당이 밝히고 있는 대북정책을 보면 대북 현안에 대한 각당의 대북정책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간의 차이로 요약되며 야당 사이에는 대동소이하는 특징도 함께 보이고 있다.
먼저, 민주당은 집당여당으로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의 일관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최근 김대중대통령의 '베를린선언'으로 나타난 바 있는데, 남북교류 및 대북지원에 정부의 적극적 참여가 그것이다. 베를린선언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및 농업기반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통일비용을 분산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소위 대북3원칙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즉 철저한 안보태세 확립, 흡수통일 포기, 남북간 교류협력의 증진이 그것이다. 이런 기본원칙에 기반하면서 현정부는 상호주의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탄력적인 태도를 보이고자 한다. 이는 집권 초기 베이찡에서 열린 비료지원회담에서 상호주의원칙이 경직되게 적용됨으로써 나타난 결과를 평가한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이 야당의 비판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앞으로도 금강산관광, 경제교류 및 지원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간 돌파구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의 대북정책은 각정당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자민련을 포함한 야당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이 일방적이며 햇볕정책이 성과를 보이고 못하고 오히려 북한체제를 안정화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라는 비판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금강산관광 대금과 식량지원이 군사비 또는 군대로 전용될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내 경협·투자·지원물자위원회(한나라당), 남북공동조사관리기구(자민련)의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야당은 현정부의 햇볕정책이 김정일체제를 강화시킬 뿐 우리의 선의가 악용되고 있다며, 이는 햇볕정책이 "짝사랑"이며 일방적 상호주의정책의 파탄으로 규정되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야권의 이러한 공통된 비판은 따라서 현재의 대북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며, 어떻게 재고되어야 하며 다른 방향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여야를 불문하고 각정당은 강력한 안보태세의 확립,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지원 및 경제협력 등 기본적인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민 여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결국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대북정책 추진방법과 현정부 추진해온 대북정책 결과에 대한 상이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감대와 상이한 평가 사이의 거리를 당리당략으로 과도하게 채우면서 대북정책 목표에 대한 균열로 비화시키고 국민들을 혼돈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북한이 바라는 바이다. 선거전에서 나타나는 각당의 정쟁으로 국가안보가 흔들리게 되고 각정당은 미필적 고의의 이적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선거를 앞두고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각정당이 벌이는 논란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최근 북한의 서해5도 통항질서 발표에 대한 공방,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 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공방의 초점은 현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공과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치열한 선거전에 따라 대북정책이 사실 왜곡과 상대방 음해 등의 방법이 동원되는 당리당략에 의해 일그러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통일안보문제까지 자기이익을 위해 재단하는 각당의 행태를 볼 때 이들이 국가안보와 통일을 추구하는 당인지 아니면 이러한 중대사안을 자기이익 실현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통일안보문제를 선거를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데 가장 열심인 당은 단연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지난 3월 10일 진주지구당 개편대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은 대북정책에서 상호주의를 포기한 것"이라며 "전쟁준비에 광분하고 미사일과 핵개발에 혈안이 된 북한에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없다" 고 비난했다. 이러한 발언은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을 넘어 국민들의 안보정서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은 현재 적어도 핵동결이 이루어져 있으며 미사일 개발문제 또한 북미수교 과정에서 협상의제로 상정됨으로써 통제 범위에 들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안보심리를 선거 득표에 이용하고자 하는 바램은 여러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월 15일 일부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햇볕정책을 `친북정책'으로 규정하고 정책당국자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은 그 한 예이다. `안보정략주의'라는 비판이 일 정도의 이러한 발언은 한나라당의 의도된 계산에 따른 것임이 스스로 밝혀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35% 안팎인 재·보선에서는 주부와 노인, 자영업자 등이 주로 투표를 한다”면서 “대북 경계의식이 높은 이들에게는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이 호소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이러한 발언은 국가안보 또는 통일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명백한 선언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안보정략주의'는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24일 배포한 정책자료집에서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정부는 지속적인 대북 지원으로 이산가족 상봉, 당국간 대화 등 남북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DJ가 ‘북한의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정책기조”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은 곧장 "한나라당의 주장은 제 2의 빨치산 발언이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나라당은 기본적인 양식도 없는,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분별력 없는 야당”이라고 반발하자, 한나라당의 발언 취소와 사과로 일단락되었다.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야당이 일제히 공격의 포문을 열고 있다. 주요 논점은 상호주의와 대북 지원에 대한 비판적 평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서도 각당이 차별화되고 대안지향적인 내용보다는 비판을 위한 비판 수준을 넘지못하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장광근 한나라당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23일 성명에서 "돈주고, 비료주고, 계란주어도 돌아오는 것은 등뒤에 꼽히는 비수뿐"이라며 "어설픈 햇볕정책의 짝사랑, 그러나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정부 초기 2년간 국무총리로 하며 공동정권을 운영해온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도 "우리가 끈질기게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우리만 대화를 애원하고 일방적인 시혜를 주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표 민국당 정책위원장은 24일 당 정책공약을 일괄 발표하면서, "햇볕정책은 대북 환상" 이라며 "북한에 대화와 지원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 고 주장했다. 그래서 '불강요(不强要) 주의' 라는 대북정책이 공약으로 나왔다. 이는 사실상 현재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정부의 포용정책을 기각하는 것으로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할 뿐, 한반도의 긴장과 남북대결상태 해소를 위한 민국당의 방안이 부재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서해5도 통항질서 발표에 대해서도 이에 대한 냉철한 판단아래 합리적 대처방안을 찾기 보다는 이를 대북 포용정책의 실패, 포기로 연결하고 있다. 변웅전 선대위 대변인은 "북한의 통항수로 발표는 정부의 햇볕정책과 베를린 선언에 대한 북한측의 공식답변"이라며 "이로써 일방적 시혜, 구걸식 대화제의 등 햇볕정책도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민국당의 김철 대변인도 "북한의 서해5도 통항질서 공포는 김대중 정권의 대북햇볕정책이 대북환상에 입각한 것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정전체제의 현실 위에서 대북정책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세환 선대위 국방안보위원장도 지난 3월 23일, "북한의 서해5도 통항질서는 상호주의를 무시한 DJ정권의 베를린선언에 대한 대답"이라며 "준비안된 햇볕정책에 준비된 북한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상 야권에 속한 각정당의 햇볕정책에 대한 공통된 비난은 정책대결보다는 정쟁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며, 야권의 득표전략에서도 각당의 차별성 부재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야당의 이러한 정략적인 대북정책 비판에 집권여당이 정략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하야 주장에 대해 비난 성명을 발표하면서, "만약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김 전 대통령과 합세, 김 대통령을 흔들어 또다시 하야주장을 할 것이며 이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추락돼 만성적 사회불안이 야기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반드시 1당이 돼야 한다고 호소하며 한나라당의 대통령 비난을 자기 당 득표에 이용하고 있다. 또 민주당 김원길 선대위 정책위원장은 지난 23일 "한나라당이 21일 발표한 한중 어업협정 논평에서 정부가 국방상 민감한 서해북방의 특정해역에서 어민이익을 과도하게 양보한 것처럼 주장했다"고 지적하고 "한나라당 논평이 있은 뒤 곧바로 북한의 통행질서 발표가 있었다"며, 한나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이 한중 어업협상 과정에서 명기를 피하고 있는 서해5도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논리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것이며, 이것이 이루어지기 전에 두 사안을 연결시키는 것은 명백히 정략적인 처사라고 할 것이다.
이상 잠시 살펴본 것처럼, 여야를 불문하고 각 정당의 득표를 위해 상대방 공격이 자신의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단선적 판단으로 통일안보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집권여당은 야당의 비판을 현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발전을 위한 검토의 계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현정부의 햇볕정책은 기조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집행과정 및 정책수단의 선택 등에서 검토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책목표의 정당성으로 정책수단 및 집행과정 전체를 합리화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야당은 앞에서 비교적 자세히 살펴본 것처럼, 대북정책을 정략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야권도 현정부의 햇볕정책 기조에 대해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또한 사안이 국가안보와 민족이익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안없는 비판, 반사이익을 노리는 정략적 이용은 국민들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야당은 '안보정략주의'가 과거와 달리 선거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식의 성숙을 정치권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전에 돌입한 각정당이 득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비판, 감시할 시민사회의 역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민사회 영역의 총선대응은 총선시민연대로 대표되는 공천자 낙천·낙선운동으로만 전개되고 있어, 시민사회의 총선대책활동이 협애해진 인상이다. 선거에 대응하는 시민운동은 인물 감시, 선거법 및 제도의 개혁, 국민의식 계도 등 입체적 활동이 전개되어야 하며 여기에 선거운동 감시와 정책 비판이 결합되어야 한다. 또 이번 4.13선거가 한국정치(사)에 주는 의미를 생각할 때 시민사회의 대응은 부족한 감이 든다. 현재 시민운동진영의 선거대책활동은 공정선거운동과 공천자 낙천·낙선운동 등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는 이런 한계 또는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각부문운동 진영이 자기의 전문,특수영역을 살려 각당의 정책평가 및 비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유세행태의 감시,비판 활동을 제안하는 바이다. 그리고 평화네트워크는 각당의 통일안보정책 평가와 이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선거행태를 고발,비판하고자 한다.
한겨레신문이 지난달 11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70.5%가 `햇볕정책이 남북관계에 매우 또는 비교적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실 현재의 남북관계와 주변정세 등 객관적 요인과 평화통일의 여망을 고려할 때 지금이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남북한 역학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가 대북정책을 전향적이고 주도적으로 전개할 필요와 역량을 갖고 있다. 위의 여론조사는 이러한 상황을 국민들이 직시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각정당은 대북정책을 중앙당 차원에서 현정부의 기존 정책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과, 정책목표의 타당성으로 모든 방법을 합리화하는 것, 이 모두는 국가안보와 평화통일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감시,비판하는 일은 시민운동단체의 몫임은 물론 언론, 지식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각당은 대북정책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라직하지 않을뿐더러 득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길 재삼 촉구하는 바이다.
이 글은 서보혁(평화네트워크 회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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