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민에게 호소함!

경상도민이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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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independer)등록 2000.04.19 14:33
(이놈에 지역문제를 놓고 말을 할 때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출신도를 밝혀야 한다는 점도 우수운 일이지만 저는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쓸데없는 구설수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드는 군요.)

경상도민 여러분! 이번 선거결과에서 특히 경상도의 선거결과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지역주의에 사로잡혀있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것은 경상도민들에게는 대단한 불명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상도의 맹주였던 김윤환이나 5공 세력인 박철언과 허화평을 정치판에서 몰아낸 것은 경상도민의 민주적 열망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에 사로잡힌 경상도민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은 몇몇 민주주의와 전혀 관계없는 인물에 대한 전폭적 지지 때문입니다.

고문기술자의 대부인 정형근이나 박근혜와 같은 인물들이 당선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박정희 전 정권에 대한 향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희 시대는 갔습니다. 그 시대가 다시 올 수는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 이후 김영삼 정권때까지 40여년간 경상도지역에 수많은 특혜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공업지대가 경상도 지역에 자리잡게 되었고, 항만, 철도, 공항 등의 기간시설에 대한 투자가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이루어진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특혜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른 지역에 대한 희생을 전제로 하고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그런 특혜를 기대할 수는 없고, 기대해서도 안됩니다. 다른 지역과의 공정한 경쟁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향수에 젖어 미래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물론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낸 것은 과거의 향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김대중 정부가 밉기 때문이겠지요. 개혁을 한다 해놓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버린 김대중 정부가 물론 미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김대중 정권만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박정희 정권과 김영삼 정권 때까지 끊임없이 이루어진 대기업에 대한 특혜지원이 불러일으킨 것이 IMF라는 것입니다. 장사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정부의 특혜지원을 통해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국민의 세금을 빛낸 것 아니겠습니까? 그 빛에 대한 이자부담이 생산하고 파는 이익보다 더 커져버린 것입니다. 이 상태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버립니다.

언제까지 국민의 세금을 이미 생산성이 사라져버린 기업에 쏟아부울 수는 없게 되버린 상태에서는 가급적 빨리 빛더미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업이 사는 길이며, 그것은 다른 견실한 기업이 그 빛을 청산해주고 인수하는 것이 기업도 살고 그 기업의 노동자도 사는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자금이 국내에 없으면 국외기업에서라도 맡아줘야 끊임없이 불어나는 빛에 대한 이자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로 인해 행해진 구조조정입니다. 그 결과 많은 분들이 실직의 고통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뼈 아픈 고통이었고, 지금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그 구조조정이 어쩔 수 없었을지라도 김대중 정부가 더 확실히 서민의 편에 서서 그동안 부정한 특혜를 받은 재벌들에게 재산을 환수하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나 김대중 정권도 재벌들에게 '망해도 3대는 먹고 살'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권도 확실히 서민의 편을 들어주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서민의 편을 들어 줄까요? IMF를 불러온 장본인인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권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만일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권과 같은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더욱더 살벌했을 것입니다. 김대중 정권은 그나마 서민의 눈치라도 보면서 구조조정을 했지만, 한나라당은 완전히 재벌들의 편에 서서 서민의 불행은 개똥 쳐다보듯이 했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재벌 옹호당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나라당이 어느 지역에서 당선되고 있는가를 보면 확연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잘 사는 곳, 집값, 땅값 높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당선되었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의 입장을 철저하게 대변하는 것이 한나라당입니다. 몇몇 민주인사출신이 섞여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변질한 자들을 끼워맞춘 구색맞추기에 불과합니다.

경상도민 여러분!
정치는 선거 때만 하는 것이 아니지요. 한번 뽑아 놓고 될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 4년을 지켜보아야 하고, 그들이 입안한 법들이 서민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뽑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떤 법에 찬성하고 어떤 법에 반대하는지, 재벌들을 옹호하는 법에 찬성하는지, 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에 찬성하는지, 눈여겨 보십시오. 그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하지 않고 지켜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최용규 후보같은 후보자가 내놓았던 정책들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재벌들을 옹호하는 법에 찬성하는 지역의원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대를 조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경상도민이라는 엉뚱한 비난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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