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 비판적 정치정세 분석] 4.13총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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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independer)등록 2000.04.19 14:24
4.13총선, 바로 그날, 맘 편하게 다음 날 선거결과를 지켜보려 했던 나는 밤새 개표방송을 보고 있어야 했다. 왜냐고? 그놈에 여론조사 발표땜시, 출구조사 결과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길래 정말 그런 결과가 나올지 침 꼴딱꼴딱 삼켜가며 보고 있어야 했다.

힝! 왠걸? 결과는 여론조사와 완전히 반대였다. 이궁! 그러면 그렇지... 민주당이 말했던 대로 만일 민주당이 여론조사 결과처럼 나왔다면, 그것은 대통령교체를 통한 정권교체 이후의 실질적 정권교체를 의미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꼴딱 밤을 새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흠... 결국 선거결과는 이전 몇 번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나온 것이었다.

이번 총선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1. 민중은 지역패권정치에서 벗어났지만, 한나라당은 지역당이 되었다.
2.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말한대로 '중간평가'에서 그저 그런 점수를 받았다.
3. 민중이 지역패권정치에서 벗어남으로써 망한 것은 자민련과, 민국당, 신한국당이다.

어? 여기서 여러분은 1번 글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흠.. 민중이 40년 지역패권적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자민련과, 민국당을 보면 확연히 확인되는 일이다.

지역의 맹주, 보스인 민국당의 김윤환이 여지없이 탈락한 것은 이미 경상도에서조차 지역패권주의가 사라지고 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그럼, 왜 경상도에서는 한나라당에 표가 몰렸을까? 그것은 아직 경상도에서는 지역패권정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닌가? 대답은 '아니다.'이다. 지역패권정치가 여전히 민중에게 영향력이 있다면 경상도에서 김윤환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럼 왜 한나라당에 표가 몰렸나? 간단하다. 경상도민 대부분은 DJ가 싫은 것이다. 그것을 한나라당이 제대로 간파하고 '반 DJ'깃발을 걸었다. '반 DJ 제대로 할 놈 밀어주자!' 이것이 경상도민의 주요한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 에이! 한심한 놈, 그런 말은 누가 못해?

잠깐 여기서 이점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왜 반 DJ정서가 유달리 경상도에 깊은 것일까? 그것은 유달리 경상도에 공업지역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공업지역은 IMF당시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이 되어있었다는 것.

그러므로 왕창 실업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강요받은 지역이 집중되어있는 곳이라는 점에 그 이유가 있다. IMF와 김대중 정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인 구조조정의 한파를 가장 뼈져리게 겪은 곳, 그 곳이 경상도이다.

대량실업이라는 경험은(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너무나 뼈에 사무치는 경험이었으며 김대중 정권에 대해 그나마 기대를 갖고 있었던 서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이 점을 상기하지 않고 단순히 지역패권주의에 사로잡힌 경상도민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지역맹주 김윤환을 떨어뜨리고, 유명한 떠벌이 박찬종을 떨어뜨리고, 혼자서만 대권을 꿈꾸는 이수성을 떨어뜨린 경상도민에 대한 모독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지역당이 되어버린 것은 한나라당이 자신의 정책으로 승부를 건 것이 아니라 순전히 경상도민의 정서를 잘 파악한 술수(?)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패권주의는 이제 확실히 힘을 잃었는가?

전에 지역패권주의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지역 패권주의와 분할통치구도는 이제 40년 지난 지금에서야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것의 가장 큰 공신은 김대중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며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중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이 당선되었다. 김대중의 승리는 분명히 전라도민과 김종필을 맹주로 한 충청민의 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지만, 어찌되었건 경상도 40년 패권은 무너졌다. 그리고 지역패권으로 가려졌던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역패권이란 TK와 PK 모리배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으며 경상도민중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패권이 무너진 것에 대한 반발표도 있을 것이다. TK와 PK는 경상도 패권을 대표한다.

그들의 보스가 김영삼과 김윤환이다. 그들을 떨어뜨림으로서 경상도민은 TK와 PK의 패권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과 대량실업은 너무나 쓰라린 것이었다.

결론!

이제 민주당이 분명히 재고해야 할 점은 외교나, 북방정책이 아니다. 그 점에서 이미 김대중 정부는 인정받고 있으며, 그나마 지역정당을 벗어나 전국정당의 모양새를 갖춘 첫 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에서는 분명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IMF를 벗어난 것이 구조조정덕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생각이다. 김대중 정부는 민중들에게 서운해 할 것이 없다. 수입 500만원 이상의 부유층이 전체 경제인구의 20%대로 늘어났다지만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20%로 늘어난 극빈자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미국에서조차 실패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으며, 미국이 거쳐가는 길을 그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제정책을 보면 민주당에도 민중들이 걸 희망은 없다. 민주노동당이나, 청년진보당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 진보세력은 비록 원내진출에는 실패하였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진보정당의 탄탄한 자리매김! 그것만이 민중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때가 더 가까이 온 것이다. 역사는 차츰 차츰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대하지 않고 있던 순간에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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