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주는 플래카드 하나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노무현은 부산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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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진(kujhum)등록 2000.04.20 15:37
4.13 총선이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다. 부산 시내의 주요 육교들은 승리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라는 플래카드가 잔득 걸려있다. 그들은 참 많이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TV토론에서 뚜렷한 비전과 정책없이 "잘 모르겠다." "나는 한나라당이다."라는 것만 연신 외쳐댔던 후보들도 단지 한나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빛나는 금배지를 달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선자들의 위풍당당한 플래카드 옆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희망을 낳는 또 하나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그건 바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노무현은 부산을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다.

노무현 씨도 참 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여론조사에서 앞서다가 막판에 그 썩어빠진 지역감정으로 배신을 당한 것이 벌써 몇번째인가?

보통사람이면 "부산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라며 쇳소리를 뱉을 만한데, 이제부터 시작이라니 노무현 씨는 미련퉁이가 아니면, 정말 소신있는 흔치 않는 정치인일 것이다.

나는 결단코 그가 어떤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다하더라도 후자쪽이라 굳게 믿고 싶다. 모두들 줄을 잘 서기 위해 눈알을 부라리고 권력의 카르텔에 안주하기 급급한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소신에 따라 행동하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의 노무현을 낳은 것은 바로 힘든 길을 스스로 걸어가는 용기와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금배지를 몇번 더 달기 위해 편한 길로만 찾아다녔다면, 다선의원 노무현은 있을지 몰라도, 소신있는 깨끗한 정치인 노무현은 우리 기억속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생명력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플래카드 문구처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출발선상에 우뚝 서주기를 바란다. 비록 지금 노무현 씨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지역감정의 썩은 피를 분명히 본 것이다.

이것만으로 노무현 씨는 벌써 우리에게 커다란 가치를 던져주고 있다. 결코 식지 않는 그의 용기를 바라며, 우리 부산 사람들도 새로 시작하는 그에게 따뜻한 용기를 주기 바란다.

그리고 아울러 동서감정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지역감정까지도 해결하는 데에도 노무현의 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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