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감정에 대하여

뉴욕시내에서 핵폭탄이 터지기를 바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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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solneum)등록 2000.05.18 21:50
88년 올림픽 기간 중의 일이다.
권투 시합중에 미국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으로 인해 한국선수가 아쉽게 메달을 놓치게 된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 벌어진 소련(현 러시아)과 미국의 권투시합에서 한국 관람객들이 일방적으로 소련을 응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만 해도 세계는 소련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냉전시대였고, 우리 국민들이 오랜 우방(?)인 미국 대신 소련을 응원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일부 신문들은 미국과 소련의 대결에서 소련을 응원한 국민들의 '감정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어찌됐건 미국은 오랜 우방이자 혈맹이고, 소련은 한국전쟁 때의 적이라는는 주장이었다.

소련이 해체되고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몇몇 지역의 내전에 개입하여 미국에 반대하는 편에 응징을 가하곤 했다.
그러는 사이 십 수년이 지나고 오늘날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미군기지가 반세기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매향리에서는 하루에도 몇차레씩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 곳곳에 진을 친 미군이 어떠한 범죄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우리가 벌할 수 없고 미국 법에 의해 보호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범국 일본이나 독일에서조차 볼 수 없는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근거로 미군은 이 땅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범죄와 환경파괴, 폭격 그리고 불평등한 협정에 분노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우리 국민들의 요구에 미국은 냉소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행여나 남북정상회담에 영향을 줄까봐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스메이커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을 민족분쟁을 사주한 주범으로 판단한 세르비아의 지도자는 핵폭탄을 지고 뉴욕 시내에 도착 한다.
이에 용감무쌍한 미국 요원이 아슬아슬하게 핵폭탄의 폭발을 막는다는 줄거리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핵폭탄이 터지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영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미국은 대가를 치뤄야 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주한미군이 저지른 수많은 불법행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핵폭탄이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 전쟁 중일 지라도 핵폭탄을 사용해서는 안되는 일인데, 무고한 시민이 수백만 모여사는 도시에 핵폭탄이 터지기를 바라다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꽤 있는 것을 알고 또 한번 놀랬다.

혈맹이니 우방이니 아무리 떠벌려도 우리는 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며, 이 땅에서 그들이 저지르는 행위가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지.
미국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반미 감정을 심어줄 작정인가.

권투 시합에서나마, 영화에서나마 미국이 망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더 늘어 나기 전에 미국은 협상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행정협정 개정과 미군철수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 모두의 가슴에 반미감정이 뿌리내리기 전에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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