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한 장마비가 그친 여름날 오후
아이들은
제 머리위로 내려 앉는
햇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다로 나갑니다
세상의 눈을 피해
도망치듯 쫓겨왔던
서해의 외딴 섬이라
한 여름 바닷가에
사람의 흔적이 없습니다
모래 위에 새겨지는
아이들의 발자국이
그들의 뒤틀려진 손, 발만큼이나
삐뚤삐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 삐뚤어진 발자국을,
뒤틀려진 손과 발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수는 없었던가요
저 아이들이
인적 끊긴 바닷가가 아니라
동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던가요
황폐해진 내 마음밭에
아이들의 발자국을
조심스레 새겨 넣는 동안
아이들은
한 뼘이나 더 자랐습니다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