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 관련 조선일보 보도 집중 분석1

조선일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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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원(dreamsun)등록 2000.06.30 09:23
들어가며

'김인구 기자 입북거부'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6월28일과 29일 이틀동안 배달판에 총 10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그 기사들을 통해 조선일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사실상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 분석해 보았습니다.

'언론 길들이기'?

6월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조선일보에 보도된 관련 기사 총 10건 가운데 7건이 북한의 '언론 길들이기' 혐의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6월28일자 1면 기사 (국회, '기자입북 거부' 강력대응 촉구)(윤정호 기자). "북한 당국이 남측 언론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자민련 정진석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6월28일자 2면 사설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거부). '북한 당국은 지금 남한언론 길들이기와 특정견해 소외시키기를 치밀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월28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 북의 남한언론 길들이기")(문갑식 김덕한 기자). "보도 태도가 남북교류 때 문제가 된다면 기자단뿐 아니라 문화.정치.종교 교류 때도 북한이 과거 발언과 성향을 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남한 언론 길들이기로 볼 수 있다"는 자민련 정진석 의원의 발언을 1면에 이어 다시 반복 인용하고 있습니다.

6월29일자 2면 기사 ("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는 6.15공동선언 정신에 위배"/신문방송 편집인협회)(김창균 기자). "취재단의 추첨에 따라 풀 기자가 된 특정 언론사의 기자를 그 소속사의 그동안 보도내용과 논조를 문제삼아 입북기키지 않은 것은 '남한 언론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신문방송 편집인협회의 성명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6월29일자 3면 기사 ('북한 입맛대로')(진성호 기자). '그의 말이 정부 입장이라면, 앞으로 방북 취재는 북 당국이 '허가한' 언론사만 가능해진다. 이런 식이라면 남한 언론은 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비판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비판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올 것이 뻔하다.'

6월29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여야 "우려"속 입장차)(양상훈 기자). "큰 우려와 유감을 금치 못한다", "남북회담은 언론의 공개가 전제돼야 하는데 북한이 (언론을) 취사선택하면 회담의 장래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으며 이어 "북한의 행태는 남한의 언론까지 길들여보겠다는 오만방자한 행위"라는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6월29일자 3면 기사 ("북 선별입국은 정부 저자세 탓" 국회 문광위 질의응답)(문갑식 윤정호 기자). "일방적으로 북한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보도를 금한다는 식의 사태는 균형잡힌 국정 홍보에 결정적인 걸릴돌이 될 것"이라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이런 식으로 끌려가면 남측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체제 옹호기사만 써야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더 민감한 정치.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을 딱 찍어서 입맛에 맞는 사람만 오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앞으로 대북관련 보도는 찬양.옹호기사만 써야 하나."라는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 인용된 박세환, 김용갑 의원의 발언도 '언론 길들이기'를 지적하는 것들입니다.

이같은 '언론 길들이기' 혐의의 부각은 자연스럽게 정부와 타 언론의 '나약함'을 대비시켜 조선일보를 숭고한 언론자유의 '수호자'로 끌어올리는 부수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부의 '나약함'을 부각시킨 사례를 들겠습니다.

정부는 나약하다?

총 6건의 기사가 정부의 '나약함'을 직.간접적으로 비판,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저자세'에 대한 지적은 그간의 조선일보의 논조에서 주조를 이루어 왔던 것이어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6월28일자 1면 기사 (북, 본사기자 입북거부/"우리 자극하는 기사 많이 써"/장전항정박 금강호서 못내려)(최병묵 기자). '애당초 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제의했던 우리 측이 회담장소를 바꾸자는 데 동의하지 않았더라면 발생할 수 없는 일로 지적되고 있다.'

6월28일자 2면 사설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거부). '정부도 본과 말을 투철하게 변별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북한 당국은 지금 남한언론 길들이기와 특정견해 소외시키기를 치밀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먹혀들거나 우리가 그것에 밀려들 때 우리는 조선일보의 취재활동 여부를 떠나 우리사회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들을 '북한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나 하나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안 하는, 어쩌면 외면하고 있는 일을 조선일보는 하고 있다는 거죠.

6월28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 북의 남한언론 길들이기")(문갑식 김덕한 기자). "이 문제를 정부가 가만히 놔둔다면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일방적으로 북측에 이끌려가서는 안 된다. 일방적으로 북측에 이끌려가서는 안 된다. 우리가 너무 만만하게 보인 것이다. 회담 자체도 북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6월29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여야 "우려"속 입장차)(양상훈 기자). '청와대와 야당이 함께 우려를 표명했으나, 반응의 강도는 여야가 차이를 보였다. 우선 민주당은 28일 오전에 열린 당의 공식회의인 지도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한 당직자가 없었다. 민주당과의 공조를 회복한 자민련도 당 차원의 거론이나 반응이 없었다. …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 대변인 논평, 국회 상임위 등을 통해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반응을 부각시키며, 상대적인 여당 쪽의 소극성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논평은 없어도, 기사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는 전체적인 보도 방향을 볼 때 분명합니다.

6월29일자 3면 기사 ("북 선별입국은 정부 저자세 탓" 국회 문광위 질의응답)(문갑식 윤정호 기자). "이런 식으로 끌려가면 남측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체제 옹호기사만 써야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 정부의 저자세 협상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회담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북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 인용된 남경필, 정진석 의원의 발언에서도 역시 정부의 '저자세'와 '나약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6월29일자 3면 기사 ('북한 입맛대로')(진성호 기자). '정부 당국자도 이젠 북측에 당당히 우리가 그들과 다름을 주장하고 요구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다음은 타 언론에 대한 조선일보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기사들입니다. 의도 여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다음 기사들이 그런 효과를 조선일보에 '선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인용되고 있는 몇몇 발언은 듣기에 따라서,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들이 '명예 소송'이라도 걸어야 할 판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 땅에는 조선일보 밖에 없다?

총 7건의 기사에서 그같은 경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6월28일자 1면 기사 (북, 본사기자 입북거부/"우리 자극하는 기사 많이 써"/장전항정박 금강호서 못내려)(최병묵 기자). "우리를 자극하는 기사를 많이 쓰는 조선일보는 곤란하다"는 북한의 입북 거부 이유를 통일부 당국자의 입을 빌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정도는 약하지만, 적어도 북한을 자극하는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조선일보 뿐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6월28일자 2면 사설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거부).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그간의 조선일보의 보도와 논조가 북한당국자들이 보기에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인 것 같다.' , '남쪽의 자유민주사회는 의견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거기엔 북한 측과는 전혀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언론도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정부도 본과 말을 투철하게 변별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북한 당국은 지금 남한언론 길들이기와 특정견해 소외시키기를 치밀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먹혀들거나 우리가 그것에 밀려들 때 우리는 조선일보의 취재활동 여부를 떠나 우리사회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들을 '북한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나 하나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 땅 위에 북한과 맞서, 꿋꿋이 '우리사회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조선일보 하나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둘째치고 다른 신문들은 어떻다고 말하는 걸까요?

6월29일자 1면 기사 (북옹호 기사만 써야하나/문광위, 기자입북 거부 성토)(윤정호 기자). "특정 신문이 북한에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입북을 거부당한다면 앞으로 남한 측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체제 옹호 기사만 써야 할 것"이라는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의 발언, "조선일보 기자의 방북 거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행위"라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을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침소봉대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두 발언 모두 심히 조선일보를 제외한 타 언론 매체들을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결과적으로 형편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6월29일자 2면 기사 ("조선일보 기자 입북거부는 6.15공동선언 정신에 위배"/신문방송 편집인협회)(김창균 기자). "북한은 남한 언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향후 이 같은 일이 다시 없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옳다"는 신문방송 편집인협회의 성명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북 보도에 있어서 다른 신문들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가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월29일자 2면 기사 ("북은 남한언론 다양성 인정하고 조선일보 기자 취재 허용하라"/한국 기자협회)(박두식 기자). "북한은 남한 언론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를 허용하라"는 기자협회의 성명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앞의 기사와 대동소이하지요?

6월29일자 3면 기사 ('북한 입맛대로')(진성호 기자). '그의 말이 정부 입장이라면, 앞으로 방북 취재는 북 당국이 '허가한' 언론사만 가능해진다. 이런 식이라면 남한 언론은 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비판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비판할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올 것이 뻔하다.'

정말 오만한 시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신문들을 한데 엮어 무시해도 분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72년 동서독 정사회담이 이뤄진 후 동독도 서독 언론을 길들이려 한 것 같다. 74년 상주 특파원 교류에서 보수적인 방송사 ARD에 동독이 허가를 내주지 않자, 경쟁사인 ZDF는 ARD 허가가 나올 때까지 동독에 입국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들은 그렇게 원칙이 있었다. 취재도 통일의 중요한 과정이자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업자들에 대한 은근한 불만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엽제 전우회'의 한겨레 신문사 '난동'을 보도한 28일자 사설과 31면 기사(장일현 한재현 기자)에서 '언론의 자유'를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6월29일자 3면 기사 ("북 선별입국은 정부 저자세 탓" 국회 문광위 질의응답)(문갑식 윤정호 기자). "조선일보 기자 입북 거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행위다. 정상회담 관련 보도는 여러 시각이 반영돼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북한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보도를 금한다는 식의 사태는 균형잡힌 국정 홍보에 결정적인 걸릴돌이 될 것"이라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이런 식으로 끌려가면 남측 언론은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체제 옹호기사만 써야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더 민감한 정치.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을 딱 찍어서 입맛에 맞는 사람만 오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앞으로 대북관련 보도는 찬양.옹호기사만 써야 하나."라는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북한 비판 소외시키기 책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신문은 조선일보 하나 밖에 없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제가 비뚤어진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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