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경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경찰'과 '노조원을 구타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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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citizen21)등록 2000.06.30 19:21
최근 공권력의 집행에 있어 나타난 혼란은 우리사회가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 사회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에 대한 공권력의 이중잣대 때문이다.

국민들을 목숨을 담보로 집단적인 이권을 위해 폐업한 의사에 대해 공권력은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지난날 병원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국민의 생명 운운하며 강경진압을 일삼던 경찰이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너그러웠는가?

이런 모습을 보며 공권력의 참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오늘 아침 대구광역시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배달된 한권의 책자를 보며 나는 더욱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었다.

'경찰개혁의 완성을 위하여'라는 제목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오른 시민의 모임 부제가 붙은 이 책자는 새천년의 시작과 함께 한 경찰대개혁의 완성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경찰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여과없이 담고 있다.

또한 대구광역시 민승기 경찰청장은 발간사를 통해 게재된 원문이 사실과 다들수도 있겠지만 업무수행의 좋은 자료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가감없이 싣는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한 경찰들에게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치안서비스 제공으로 경찰개혁의 완성을 통한 선진경찰로의 정착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고 있다.

포돌이와 포순이 등의 마스코트를 만들고 안전벨트 집중단속을 한다는 사전 캠페인까지 벌여가며 변화하고자 하는 경찰의 모습에 굳이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책자안에도 '교통정체가 있는 곳에 경찰을 배치해달라'는 요구에서부터 경찰의 불친절한 대한 질책, 좀더 신뢰받는 경찰이 되기 위한 제도적 대안 제시 등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과 임산부가 있는 롯데호텔 농성장에 마구잡이로 연막탄과 분말소화기를 뿌려대는 경찰.

경찰개혁을 위해 캠페인을 하는 경찰과 롯데호텔 노조원들에게 오리걸음을 걷도록 한 뒤 고개를 들면 무차별 구타를 하는 경찰.

어느쪽이 과연 경찰의 진실된 얼굴인가?
힘있는 자에게 순하고 힘없는 자에게 강한 것이 경찰의 원래의 얼굴인가? 롯데호텔 노조의 파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힘없는 자들의 정당한 생존권적 요구이다.

국민을 볼모로 한 의료계 파업에 대해 침묵하던 정부가 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3천여명의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힘있는 자에 의해 추락한 정부위신을 힘없는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세우려는 치졸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고 포돌이와 포순이를 앞세워 시민들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경찰의 개혁노력이 헛되지 않게하려면 공권력의 이중잣대를 버려야 할 것이다.

시민의 진정한 목소리, 특히 힘없는 자들의 생존권적 요구를 들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힘있는자 앞에서의 얼굴과 힘없는 자 앞에서의 얼굴이 다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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