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가 뭐길래?

주민들록번호로 인한 고통,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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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문(yahoo80)등록 2000.07.30 17:08
주민등록번호, 우리나라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자기자신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에서 마련해 놓은 신분확인증을 가지고 있을것입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보면 첫 6자리는 태어난 년도와 생일을 표시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가족과의 관계를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에 이 주민등록첫 6자기라 잘못되어져 있습니다. 아니 잘못되어져 있다기보다는 아버지께서 늦게 올리셔서 틀리게 올라와 있다는 말이 맞을 것입니다.

원래 저는 80년 8월 29일 생입니다만 호적상으로는 81년 7월 15일생으로 되어 있습니다. 약 1년 정도가 늦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정상적으로 학교를 갔다면은 저는 사실적으로는 저보다 한살 어린 동생들과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제가 살고 있던 곳은 시골이었고 그 마을에 있던 초등학교는 어차피 학생들의 인원수가 적었기 때문에 저는 그냥 저의 나이에 맞춰 들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그리고 생각도 깊거나 그런 것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자라면서도 여전히...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는 무관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입시원서에 나타나 있는 자기의 호적들, 저는 당연히 제 호적에 있는 그 자체의 주민등록증에 나와 있는 생년월일을 적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이 그걸 보더니(참고로 전 남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저보러 형이라고 하라고 그러더군요. 참 어이가 없어 제가 호적이 잘못되어 있다고 말을 해도 전혀 믿지를 않았습니다.

호적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기들은 자기의 생년 월일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서 저는 엄청난 부끄러움과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와서도 저는 친구들에게 학생증,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기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더군요.

바로 술집이었습니다. 대학생이라면은 누구나 한번쯤은 아니 여러번 술집에 드나들 것입니다. 그러나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약이 따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만 19세가 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같은 경우에 다른 친구들보다 최소 1년 정도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있을 경우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친구들은 모두 그 나이를 넘었지만 저는 그 선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불안에 떨며 술집을 갔습니다.

항상 남의 주민등록증을 외우고 말이죠. 게다가 저의 얼굴이 동안이기에 술집종업원이나 업주들은 특히 저를 먼저 검사를 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다가 항상 제가 술집갈 때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지 않은 것을 보고 친구들이 묻길래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비웃더군요. 그리고 다시 동생이라고 부르면서 저한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더군요. 참 미칠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술집에서 나이 검사가 뜸하다가 (작년 제가 그 선을 넘기 위해서는 아직도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을 때입니다). 인천에서 청소년들이 죽고,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많은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인해서 단속이 심해졌습니다. 그해 겨울 저는 크리스마스를 저혼자 쓸쓸히 보내야 했습니다. 친구들이 저의 나이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모임에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정말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처량했습니다. 그 기나긴 세월 저는 엄청난 고민에 빠졌고. 그리고 후배를 맞은 지금도 저는 그들 앞에서 주민등록증이나 학생증을 당당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저와 맞먹을 것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단지 주민등록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사실을 믿어주기를요. 저희 전대통령이신 김영삼 씨도 약 2년이라는 나이가 호적상으로는 많은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해태를 9번이나 우승시킨 김응룡 감독도 역시 2년이나 늦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람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많은 존재하고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나이어린 놈으로 보지 말고 제 과거를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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