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세계의 존재근거를 드러내는 니체의 실험미학

강영계의 '니체와 예술'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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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kilhodos)등록 2000.08.14 11:52
철학사의 변방에 위치해 있던 니체(1844∼1900)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니체는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프랑스의 철학자 데리다와 푸코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이른바 '해체'의 원조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건국대 철학과 강영계 교수가 니체를 통해 예술의 근원적 의미를 묻고 있다.

니체는 왜 부활하고 있는가.
서양철학의 역사는 이성과 감성, 즉 아폴론적 차원과 디오니소스적 차원의 이원적 대립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적 구도는 늘 아폴론의 우위 속에서 계승되어왔다. 서양철학이 이성중심주의 혹은 주지주의 철학으로 이해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니체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이는 니체가 당대에 이단아 취급을 받으면서 정통(?) 철학사로부터 외면되어 온 이유이기도 하며 또 지금 정반대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칸트가 이룩해 놓은 인식과 대상(존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는 니체에게서 이성과 감성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로 나타난다. 서양철학에서 이성이 차지해 온 막강한 권력이 니체에 의해서 비로소 무너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성은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
니체가 보기에 이성은 현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창백한 이론인간을 대량생산하는 병리의 핵심이다. 그는 이러한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 가치와 도덕률의 근본적 전도를 선언한다. 전통의 단절을 계획한 니체는 해체주의자들인 데리다, 푸코, 리오타르, 들뢰즈 등 프랑스 철학자들의 사상적 모티부가 되면서 '니체 신드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인 '해체'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대한 논의는 모두 니체에 닿아 있음이 이 사실을 반증한다.

서구의 합리적 이성을 무너뜨린 니체

강영계 교수의 「니체와 예술」은 이러한 지적 분위기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서문에서 던지는 질문 "현대인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현대사회의 특징은 무엇인가? 현대예술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에서 그가 니체로부터 무엇을 읽으려고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니체의 철학이 현재 우리들 자신의 문화 문제, 가령 '문화침투'와 문화위기를 해결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플라톤 이후 서구의 합리주의적 이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서양의 도덕, 철학, 종교, 예술 등의 문화는 실제로 그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은 이러한 서구의 합리주의적 이성으로부터 탈출한 니체에게서 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니체의 철학은 해체의 철학이고 그의 미학은 합리성(형식성, 보편성, 전체성)으로 굳어버린 전통미학을 붕괴시킴으로써 힘으로 충만한 생동하는 예술을 창조하고자 한다."(19쪽, 머리말)

철학은 현실의 원리를 실천적으로 전도시키는 것

강영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예술철학을 실존적인 것으로 규정하여 니체 철학을 비판철학이자 실험철학이라고 부른다. 니체는 철학의 임무를 문명 비판으로 임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비판함으로써 현실의 원리를 실천적으로 전도시키는 것이 철학의 임무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은이는 니체의 철학을 왜 예술철학이라고 하는가. 니체가 "예술이 진리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하고 있듯이 예술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며 따라서 창조적인 것이다. 그는 예술이야말로 서양의 전통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라고 본 것이다.
강영계 교수는 이 책에서 "니체의 실험미학으로서의 예술철학은 예술에서의 미적 대상이나 소재에 대한 단순한 이론이 결코 아니"며 " 그것은 인간과 세계의 존재 근거를 드러내고자 하며 허무주의적 가치를 전도시키고자 하는 실험미학"이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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