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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31일 연세대학교 본관 계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휠체어를 탄 척수 장애인 학생 한 명과 갸냘프게 생긴 여학생 한명이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그 가파르고 좁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연세대학교 장애인 학생회 김동은 군(상경계열.96)과 이지은 양(사회과학계열.99)이었다. 이 학생들에게 올 여름은 오랜 기다림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 12일 등록금 투쟁으로 만들어진 학교와의 전체 합의문에 명시시킨 '장애학생 편의에 관한 사항'을 학교에게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 사항은 다음과 같다.
(9) '특수학생교육시설관리대책위원회'를 통하여 장애학생 편의시설 확충에 적극 노력하며 본 위원회에 학생대표 2인이 참여한다.
- 차기회의를 6월중 소집한다.
- 장애학생 휴게실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
그러나 6월 중에 열릴 예정이던 회의는 8월 31일처럼 장애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본관 2층 소회의실에 찾아 갔으나 학교 측에서는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연기 시켰고 이후에 있는 몇번의 실무 접촉에서도 총장이 새로 취임한다는 이유를 들어 2학기 개강이후로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 졌다.
지난 95년도 장애인 특별 전형 실시 첫해에 학내 장애인 학생들의 교육권 학보와 장애인 인권운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장애인 학생들이 직접 결성한 연세대학교 장애인 학생회 '게르니카'는 5년동안 줄기차게 학교에게 '장애인 학생들의 동등한 활동의 기회'와 이를 위한 학교 전담 기구를 요구해 왔었다.
게르니카 학생들은 그동안 매년 입학하는 장애 학생들의 원활한 학교 생활을 위해 오르엔테이션을 실시하고 구체적인 편의 시설을 확보하는 등의 활동을 했고 올해는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청각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프로젝트 팀까지 구성해서 학교와 협상을 벌여 왔다.
8월 30일 연세대 총학생회 주선으로 오전 10시에 열린 특수학생교육시설관리대책위원회에는 정창영 대외부총장의 사회로 기획처장, 교학처장, 학생복지처장, 총무처장,재활병원장(위임)등이 참석했고 게르니카에서는 장애학생지원센타장(김동은), 게르니카 대표(이지은), 최은영(학내연대담당)가 참여했다.
그러나 게르니카의 한달간의 준비와 기대와는 달리 학교 측의 일방적인 진행과 정년 퇴임식에 참여 해야 한다는 이유로 참석한 학생들은 이렇다할 의견 제시도 하지 못한 채 45분만에 끝났다. 다만 학교 측은 이런 위원회와 같은 대화 기구가 상설화 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동의 하면서 한달 1회 정도로 정례화 하기로 했다.
전담기구의 필요성은 인정 하면서도 그것은 이상일 뿐이라며 학생들의 주장을 일축하였고 오직 학생 복지처장만이 장애 학생들을 위해 지금의 동아리 담당 직원이 아니라 전담 인력을 배치 해야 한다고 기본적인 찬성을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최은영 양(사회과학 계열00)은,
"이런 회의가 될 줄 몰랐다. 학교가 너무나 비협조적이고 방관적이며 모순적이다. 우리는 학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다. 학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다시 장애 학생들이 전체 학생들의 수에 비해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요구안을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국제학생센타를 만들었나? 실질적으로 소수인 여학생들을 위해 여학생처는 왜 만들었나? 전담 기구가 어렵다면 담당 인력만이라도 배치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가 이상일 뿐이라뇨?"
은영이 학생은 울분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에 제 4 차로 열린 위원회는 실제 작년에 게르니카 회원 중 한 명이 계단에서 굴러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4년 반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그 때 이 학생은 특별히 배상을 요구하지 않고 장애 학생들을 위해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 위원회에 이번에 3,4,5월에 있는 등록금 투쟁에 게르니키가 대표 제적가지 결의 하면서 장애 학생들을 위한 요구를 제시하며 참여하자 다시 가동한 것이다.
현재 게르니카에서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와 공간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학교가 담당 기구와 전담 인력을 배치해 주지 않자 독자적으로 장애 학생지원 센타를 발족 장애 학생들 지원하는 한편, 학생들을 와국으로 파견 외국대학의 장애 학생지원 시스템을 보고 들어와 한국에 맞는 지원시스템을 개발 연구하는 자체 연구팀까지 가지고 있는 상태다.
97년도에는 일본에 장애인 단체와 함께 오사카대학과 교토 대학 99년도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보고 왔고 이번에는 9월 4일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로 연구팀이 파견된다.
특히 이번에 파견돠는 연구팀은 장애인 편의시설촉진 시민연대 주관으로 열리는 편의시설 해외 연수에 참여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으로 게르니카에서 이번 파견을 위한 경비 마련을 위해 게르니카의 모든 학생들이 자체 모금을 한 것을 알려 졌다.
본 기자는 바로 이 연구팀에 참여 하여 영국과 프랑스로 파견되며 이에 대한 기사를 현지에서 개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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