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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1월 10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치러진 장애인의무고용 무력화 저지를 위한 집회 도중 장애인실업자연대 소속으로 청계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인 최옥란(만 35세) 씨가 경찰의 집단 구타를 당해 현재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날 집회는 장애인의무고용 무력화 저지와 노동권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대학생들과 함께 최근 다시 휘몰아치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실업의 고통으로 잇따른 장애인들의 비관자살과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과 고용보험의 통합, 장애인의무고용 제외 대상의 확대 등으로 장애인의무고용의 무력화를 조장하는 전경련에게 항의하기 위한 집회였다.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고작 100여 명, 그것도 반 이상은 중증 장애인이었다. 이 날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집회장소였던 전경련 회관 앞 인도에 있던 집회 대오는 비를 피하기 위해 회관 로비쪽으로 진입을 시도하였고, 경찰은 그러한 시위대를 향해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 집회의 진압을 위해 동원된 경찰은 500여 명, 무엇으로 보나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얼마동안 시위대와 경찰간의 몸싸움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집회 대오 선두에 있던 최옥란 씨는 경찰대오로 끌려 들어가 군화발에 머리를 짓밟혀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서 피가 나는 등의 구타를 당해 정신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경찰에게 내동이쳐져 맞고 있는 것을 본 주변의 누군가가 그녀가 임신 중임을 외쳤으나 경찰은 아랑곳 없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함께 있던 장애인의 목발이 부서지고, 옷이 찢기는 등 이날 경찰의 과잉진압과 폭력 행사는 장애인 관련 집회 사상 가장 강경한 진압 중에 하나로 기록되었다. 얼마 후 몸싸움이 끝나고 사방이 경찰로 포위된 상황에서 시위대는 집회를 속행하였다.
사태가 걷잡을 없이 퍼지자 전경련 구조조정실장이란 사람이 나와 우리측 대표의 면담요구를 수용하였고, 비대위 대표인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과 장애인실업자연대의 이안중 위원장이 면담에 들어가고 나머지 대오는 비를 맞으며 집회를 계속하였다.
면담 결과 전경련은 장애인의무고용부담금과 고용보험의 통합 요구안을 철회하기로 하였지만, 공개사과는 할 수 없으며, 장애인의무고용 제외 대상 확대안은 경총의 제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였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폭력사태 책임자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영등포 경찰서로 항의 방문하여 경찰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20여분간 항의시위를 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후 해산하였다.
최옥란 씨는 지금 어느 정도 의식을 회복한 상태였지만, 구토 증세를 보이고 머리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등 뇌진탕의 징후를 보였다. 하지만 환자가 임신 6개월이라 약물투여가 필요한 MRI 등의 정밀검사는 곤란한 상태이다.
장애인 실업의 생존권 위험은 이미 이번 국감을 통하여 충분히 알려져 왔다. 장애인에 대한 의무고용에 관해서는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고용의무)에는 공무원 정원의 2/100 이상 고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35조(사업주의 장애인 고용의무)에는 장애인을 고용하여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는 상시 3백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로 상시근로자의 2/100분의 이상 고용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고 민간 사업장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경우 분담금을 납부하여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형평성 논란이 항상 장애인 고용에 대한 여러가지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고용이 된다 하여도 70%이상이 퇴직이나 이직을 하고 있으며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이번 국감에서 드러났다.
지난 10개월 사이 열명이 넘는 장애인이 생활, 실업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늘 내린 비와 찬바람은 이런 장애인들의 죽음에 대한 진원곡이었을까? 사회의 차가운 무관심에 대한 상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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