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간척지는 원래 누구의 땅이었나?

그 잊혀진 바다와 소유권, 그리고 보상투쟁의 역사를 뒤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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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용(in85)등록 2000.11.20 21:09
최근 국내 최대재벌이었던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현대건설의 서산농장의 일반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그래서 그 땅에 소요된 투자액과 매각시의 자금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하고 그 엄청난 토지를 누가 사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 땅의 원래 주인이 누구였으며, 현대는 어떻게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었는가, 그 눈물과 원한의 역사를 다시 한번 뒤새겨보고자 한다.

필자는 현대의 서산 간척지 B지구에 가까운 부석면이 고향이며, 거기서 오랬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그 잊혀진 역사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과거 천수만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고향마을의 주민들은 더욱 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현대의 서산농장은 1996년까지는 현대의 소유가 아니었다. 현대건설이 78년에 매립면허를 인가받아 간척사업을 벌여 3차례나 준공인가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소유권을 얻어낸 곳이다. 그 과정에서 원래 바다의 주인이었던 농어민들과 현대라는 독점적 재벌, 그리고 정부라는 3당사자가 만들어 낸 원한의 역사는 어떠한 것이었나?

현대가 70년대말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매립인가를 얻어냄으로써 독점자본과 개발독재간의 커넥션이 이뤄져 왔으며, 이러한 재벌의 역사는 경제 위기를 맞은 오늘날 실력없는 재벌의 해체를 이미 잉태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는가? 정부 또한 개발독재의 족쇄를 떨치지 못한 채 그 커넥션을 유지해 왔고 실제로 지난 90년, 93년 등 주변 어민들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준공인가시한을 연장해 주다가 결국에는 소유권을 현대에 넘겼다.

93년 당시 현대는 끈질기게 A지구를 밭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5천여 ha를 논으로 변경공사하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96년 준공인가시에도 간척지 주변에 있는 4,300여 가구의 피해보상 소송을 묵살하고 30%선에서 보상하는 수준에서 준공인가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A지구에서는 염분을 줄이기 위해 수문을 열어 주변 가두리양식장의 어패류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필자는 당시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던 친구들의 한숨을 잊을 수가 없다.

보상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와 현대측은 철저히 농어민들의 입장을 외면해왔었다. 10년 넘게 이어져 왔던 피해보상문제도 눈물겨운 투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93년까지도 농민들의 어업권을 제대로 보상하지 않다가 거세게 전개된 보상투쟁에 따라 마지 못해 부분적으로 보상을 해왔을 뿐이며, 사실 아직도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되돌아보면 당시 보상투쟁을 이끌었던 신준범 씨(현 민주당 서산지구당 사무국장)가 아니었더라면 보상문제 자체도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보상문제 이전에 과연 이 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 개발의 역사 뒤에 숨겨진 우리네 농어민들의 삶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이 남긴 환경의 파괴와 사라져 버린 천혜의 어장 천수만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 하나가 있다면 필자처럼 그곳이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고향바다를 다시는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요즘 인공담수호 주변으로 철새도래지가 되어 조류학자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천수만이 수천가구의 농어민들에게 굴과 해태 등 천혜의 자연양식장으로서 오랜 세월 그들의 생활터전이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간척지 개발 이전에 초등학교시절에 굴양식장에 가본 적이 있다. 바다에 갔다가 우연히 자연 굴양식장을 침범했을 때 동네어민이 멀리서 쫓아와서 혼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원이라고 여기고 초등학생 신분으로 대민지원에 응했던 기억도 난다. 그때 우리는 주변에 있는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 자기가 들 수 있는 가장 큰 돌 하나씩을 들고 갯벌까지 10여 km를 걸어가 자연양식장에 옮겨놓았었다. 이제 그런 땀과 노력은 모두 현대라는 재벌의 구조조정에 묻혀 있는 추억거리일 뿐이다. 요즘도 가금 고향에 내려가면 그 없어진 바다와 함께 묻혀져 버린 그 좋았던 시절의 기억과 동시에 농어민들의 한숨을 생각하게 된다.

현대의 서산농장은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되는 광대한 토지이다. 연 28만석의 쌀을 생산해내고 장부가가 6천억원이 넘는다고 하며 현대에서 매각하게 되면 그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그러나 겨우 장부가를 건지는 정도이다. 정부의 농업진흥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고 쌀 생산량이 엄청나다고 해도 수천가구, 수만명의 삶의 터전이었던 때처럼 풍요를 가져다 줄 수는 없게 되었다. 요즘은 현대농장을 가꾸던 수백명의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매각이 되면 누군가 새로운 소유자가 정해지겠지만 그 땅의 원래 주인은 그 곳을 천혜의 자원으로 돌봐왔던 지역 농어민들이다. 필자는 지금도 그들이 주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면 현대의 서산농장을 만든 제방은 현대판 만석보(갑오농민전쟁때 전봉준이 무너뜨린 고부지역의 저수지)일 따름이 아닐까? 정부와 현대는 그 잘못된 개발의 당사자가 본인들임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지역 농어민들에게 소유권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잘못된 개발의 역사를 종결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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