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방송언어, 국내 방송언어 오염 위험 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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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일(youngiri)등록 2000.12.21 15:15
"저런 쌍놈의 인간이 다 있나?"(MBC 아주 특별한 아침)
"찬 거 먹으면 갑자기 골이 띵해지는데...."(SBS 이홍렬 쇼)
"뽀사뿐다"(KBS2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

국립국어연구원(원장 심재기)이 최근 발표한 '방송 언어 오용 실태 조사 보고서'는 현재 우리 방송 언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 9~11월 석달동안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개사의 19개 TV 프로그램에 대한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두 1733건의 오용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 대상은 비속어, 외래어 사용,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범 위반 등 안 걸린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속어 남발. 조사 결과 "띨띨해 갖고", "뺀질이 기생 오래비야", "할망구가 어디 와서 헛소리야" 따위의 저속한 표현이 오히려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표현이 방송 언어로서 부적절하다는 책임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꼬집고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어연구원은 "밀레니엄 토크쇼 토크박스", "핑거가 타이어드하게...", "에로틱한 발언은 삼가해..."등의 표현을 대표적으로 지적했다. 또, '업그레이드', '사운드', '오바를 하네'등의 표현은 문맥에 관계없이 자주 사용되는 외래어로 조사됐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교육 전문 방송인 EBS의 어린이 프로그램에까지 일상화된 표준어 규정 위반과 발음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국어연구원측은 설명했다. '네가'가 '니가'로, '방귀'가 '방구'로 쓰이는 등 어린이들의 올바른 언어생활을 저해할 수 있는 사례가 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말'을 '증말'로, '어떻게'를 '어뜨케' 로, '입고'를 '입꾸'로 발음하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와 함께 최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문자 자막'표기의 오류도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한글 맞춤법 오용 사례 중 자막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국어연구원은 덧붙였다.

국어연구원은 "비속어, 언어, 국적 불명의 외국어, 선정적인 표현 등이 방송에 범람하여 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방송 언어 오용 방지를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국어연구원은 우선 방송 언어 저질화의 원인이 지나친 시청률 경쟁과 유명무실한 심의기구, 시청자 의식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하고 방송사가 공익적 사명감을 가지고 자율적인 역할을 강화할 것과 방송위원회 언어분야 심의 규정 및 기준 강화,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방송언어순화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방송 출연자들의 선정적인 표현도 지나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국어연구원측의 설명이다. 국어연구원은 "여배우들의 상태가...탱탱한가, 안 탱탱한가...", "가슴 크네", "...가 볼륨 있고 볼 품 있다"는 등의 표현을 지적했다.

한편, 시민들은 방송이 국민,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부 최모 씨(55.경기도 안산시)는 "방송 언어의 저질화는 바로 진행자의 수준 미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각 방송사는 수준 높은 전문 진행자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모 씨(여,25.서울 서초구 방배동)도 "우리나라 방송을 보면 마치 누가 더 비속어를 많이 알고 있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며 "사회는 점점 발달해가는데 우리의 방송 문화는 옛날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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