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

‘모두가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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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성(jkpark14)등록 2001.01.05 15:45
이제 순수한 의미의 독자는 없다. 오로지 읽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누리던 착한 소비자는 없다. 한편으로는 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발언하고 적고 발표하는 ‘모두가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책 ‘아버지를 팔아 산 핸드폰’은 그 ‘만인에 의한 만가지 말씀’을 전파하는 인터넷 시대의 저자가 어떤 모습인지 잘 보여준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난에 지난 1년 동안 실린 글을 묶었다.

책은 온라인기자제를 운영하는 매체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김종열씨가 쓴 ‘국회의사당 뒷문의 비둘기 똥’은 한국 정치 1번지 국회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국회의원들에게 책 1권을 전하기 위해서 의사당 위로 아래로 지하로 헤매면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김씨의 마지막 발언, “에이, 똥 밟았잖아!”는 한국 국회의원의 행태를 체험한 일반인의 공통된 정서를 반영한다. 물론 김씨가 “똥 밟았다”라고 하는 말은 책을 전하기 위해 의사당 뒤에 마련된 입구로 가는 과정에서 그 ‘의사당 뒤로 가는 길’에 가득 쌓여있던 비둘기 똥을 밟았다는 말이다.

빤질빤질 윤이 나던 의사당 정문 앞과는 달리 뒤쪽은 온통 비둘기 똥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김씨는 “앞으로는 국민을 위하는 체, 국민을 섬기는 체하지만, 뒤에서는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일부 우리 국회의원님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의사당 뒤편의 비둘기똥’과 대비되는 사연은 박균호씨가 쓴 ‘시골교사 5년, 내가 받은 첫 촌지’란 글이다. 가출한 학생의 집을 찾아갔다가 폭설에 갇혀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눈길을 나서는 선생님의 손에 꼭 쥐어준 학생 할머니의 촌지, 5,000원…

그 돈으로 선생님은 아이가 돌아오면 전해주려고 책을 사뒀는데, 끝내 아이가 퇴학처리되는 바람에 책을 전해주지 못했다는 사연… 한국사회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이 두편의 이야기에서 극적으로 교차한다.

잔잔한 일상의 에세이가 주를 이루지만, 대부분은 한국 사회에서 내면화하고 있는 부도덕의 현장을 찾아내는 비판정신을 자랑한다. ‘소라게를 뽑기상품으로 내건 세상’을 쓴 나준식씨는 아이들의 뽑기상품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내세운 상업주의를 고발하고 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추태를 보인 한국의 한 전자업체의 응원단 모습을 지상고발한 최현정씨의 글도 주목을 끈다.

우정 대신 왕따가 찾아온 청소년 사회를 반성케하는 윤진씨의 글 ‘아버지, 전 당신이 부럽습니다’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변치 않는 우정을 보이는 부친의 삶을 돌이켜보고 있다.

그밖에 대기업의 고위 간부, 경찰관, 의사 등 다양한 시민들이 자신이 겪은 일상의 감동을 차분하게 적고 있는 이 책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표방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책답게 ‘모든 시민은 저자다’란 모토를 잘 반영하고 있다. (전문성★ 대중성★★★★★ 완성도★★★★)

<배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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