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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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rjadmsdlv)등록 2001.01.26 08:35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익숙한 단어 '길'.
길은 나에게는 동경과 즐거움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것은 길이다. 기찻길과 골목길. 기찻길에 피어있던 노란 꽃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고, 초등학생 때 아빠가 우리 동네에서(화순읍) 광주까지 기차를 태워 주셔서 광주 구경을 하고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 미로같던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나는 광주에 살고 있다. 우리 집에서 조금만 걸으면 얼마전에 폐선된 기찻길이 지나고 그 길을 건너면 계림동인데 골목이 아주 많다. 기찻길을 따라 학교까지 걸어가기도 했었지. 기찻길과 역, 골목길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고 설레인다.

폐선된 우리 동네 기차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길과 지붕, 그리고 하늘밖에 없는 한적한 기찻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걷다가 문득 골목으로 들어가 '이 길을 가면 어디가 나올까' 생각하며 골목여행을 떠났다. 이번 설에는 어렸을 때 놀던 골목길과 동네 길들을 걸어다녔다. 시장, 시외버스터미널, 샘터, 성당, 기찻길. 그래도 아직 남아있네.

중학교 때였던가. 골목에 놀란 적이 있다. 아는 언니를 만나러 시내에 있는 언니 학교까지 가려 했는데 돈이 없어 무작정 골목만을 걸어 목적지를 찾아갔다. 가도 가도 끝이 나오지 않아 정말 길을 잃는 줄만 알았다. 그 때 그 길은 정말 미로 같았다.

골목에 들어오면 차소리가 없고 사람이 붐비지 않아 아늑하고 만화 속의 세상에 온 것 같다. 그리고 없던 상념도 문득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 골목길이다.

그리고 물길을 따라 걷는 길도 아름답다. 얼마 전에 섬진강 여행을 다녀왔는데 특히 곡성에서 구례에 이르는 길은 강과 기찻길, 백사장길이 펼쳐져 있고 청둥오리떼가 날고 있어 눈을 뗄 수 없던 길이었다. 차 없는 국도를 따라 걸으며 주위 풍경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올해 봄에는 산수유꽃을 보러 구례로 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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