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은 70년대 이야기'라고 믿는 그대들에게 (2)

'1회전은 자본이 승리했다. 그러나 아직은 오픈 게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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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freedawn)등록 2001.02.06 12:40
제발 저린 도둑, INP

이제 막 선출된 노동조합 간부들이 관리자들에게 사지를 붙들려 회사 밖으로 쫓겨나온 그 시간, 울산 동구청에 노조설립 신고서가 접수되었다. 구청은 노조 설립 요건이 미비함을 들어 반려할 뜻을 강하게 비추었지만, 결국 12일 저녁 8시 설립필증이 노동조합의 손에 들어왔다. 'INP 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퇴사자라는 이유로 이들의 정문 출입을 봉쇄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INP의 히스테릭한 반응은 사실상 '도둑놈이 제 발 저린 격'이다. 근로기준법 제 55조에 명시되어 있는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이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주차, 월차, 생리휴가도 없다.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4대 의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하청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안전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며 안전 장비조차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자기 돈으로 작업복과 안전화를 구입해야 한다. 휴게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쉬는 시간이면 맨바닥에 드러누워 피곤을 달래야 한다.

노동부조차 노동조합 편이거늘

지난 11월 말 노동부는 김형기 씨가 고발한 신원 건설의 근로기준법 위반 실태에 대해 '조합간부 세 명에 대해 주차, 월차 수당 등 미지급 임금 총 4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적인 강제성은 없었지만 INP가 노동자 한 명당 한 달 평균 25만원의 임금을 부당하게 갈취했음을 노동부가 인정한 것이다. 또한 울산 지방노동사무소는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 출입을 허용할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편에 제대로 서본 적 없는 노동부조차 INP의 불법, 부당 행위를 인정했지만 INP는 초지일관 '배째라'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아직은 오픈 게임일 뿐'

2000년 가을 초입부터 이어진 끈질긴 싸움은 해를 넘겨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각오한 투쟁이었지만 사실 상황은 더욱 나빠져만 가고 있다. 요 몇 달 사이 하청 노동자 절반 가량이 '물갈이'되었기 때문에 새로 입사한 대부분은 노조 결성의 역사를 전혀 알지 못한다. 매일 아침 출근 투쟁을 벌이지만 이제 노동자들은 눈길주는 것마저 부담스러워 한다.

"INP 투쟁의 성패에 따라 울산의 다른 사업장의 하청 투쟁이 연쇄 폭발할 것인가 아니면 수면 아래로 깊숙히 곤두박질 칠 것인가가 결정된다. 나는 '준비가 부족한 투쟁은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준비가 부족한 곳조차 저렇게 완강하게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김형기 위원장의 말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확실히 1회전은 자본이 승리했다. 그러나 아직은 오픈 게임일 뿐이다."

INP의 약자가 'InterNational Peace ship'이라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또 하나 충격적인 것은 INP가 종교재단, 통일교가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

70년대 '평화시장'에 '평화'는 없었던 것처럼 2000년대 INP에 Peace는 허락되지 않을 것인가. 종교인의 양심은 정녕 허락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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