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문화를 바꾸자

김영익의 <경제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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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yikim)등록 2001.03.06 19:07
증권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늘리는 등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취약한 수요 기반으로 우리 주가가 저평가 되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식문화(equity culture)가 변해야 하며 정책 당국은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대체로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인구의 노령화나 경제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주식시장은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투자 수단으로까지 변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보면 노령화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 6% 정도로 선진국의 15%에 비교하면 낮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면 우리의 인구구조도 지금의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더욱이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구구조의 노령화는 더욱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인구의 노령화를 현재의 연금제도나 재정으로 지탱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국민 스스로가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하고 주식시장이 이제 그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구조의 변화를 보면 주식문화가 바꿔야 할 이유가 좀더 분명해진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경제는 8% 안팎의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머지 않아 5% 정도의 성장이면 높은 경제성장으로 받아들일 시기가 올 것이다.

저성장과 더불어 물가가 안정되면 저금리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낮은 금리 때문에 은행예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많은 가계가 노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 직간접적으로 주식시장을 찾고 있고 유럽에서도 그 추세가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우리 금융시스템도 크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높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금융을 억압해 왔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 규제완화와 개방화로 금융부문이 급속하게 발전했다. 특히 직접금융시장이 간접금융시장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직접금융시장이 단기에 지나치게 확대되다 보니 그 부작용이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지만 직접금융시장 위주로 우리 금융시스템이 확대되는 것은 중장기적 추세다.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수단으로써 주식시장이 역할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가 증대되어야 한다. 우리 주식시장이 변동폭이 크고 아직까지도 채권수익률을 넘지 못하는 투자수익률을 주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안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부문이 실물부문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주식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웃돌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지난 70년 동안 평균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안전한 국채수익률보다 7% 포인트 이상 높게 나왔는데 우리도 그 같은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노후생활을 대비하는 투자 수단으로 주식문화가 변할 때에 비로소 우리 주식 수요 기반이 튼튼해지고 주가도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각 경제 주체는 스스로 인구나 경제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고 정책 당국도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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