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네티즌의 권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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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이(blue)등록 2001.03.09 19:42
인터넷 벤처기업인 디지털 밸리는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노사가 5개월 째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고, 두 번 째는 디지털 밸리가 운영하는 가상 주식 웹사이트 '웹스닥' 회원들이 회사의 사이트 운영에 반기를 들고 회원협의회를 구성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97년 5월에 창업한 디지털 밸리는 원래 웹 프리랜서들이 홈페이지와 배너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디자인 회사였다. 창업 초기부터 이 분야에서 실력있는 기업으로 주목을 받아 왔던 이 회사는 99년 11월 삼성 에스원에 있던 원종호 씨(35)를 CEO로 영입하면서 새로운 법인 회사로 태어났다.

원 대표는 디지털 밸리를 맡은 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웹스닥을 지난 해 1월 5일 개설했고 이 사이트에 30만에 가까운 회원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원 대표는 무료 사이트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수익이 생기지 않자 이 사이트를 모 인터넷 기업에 매각하려 했고 인터넷과는 전혀 무관한 '환경·바이오 지주회사'로 사업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모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으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직원들과 전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원 대표의 사업 전환 추진 계획은 회사의 정관에 명시된 회사 설립 목적에 위배된 것이었다.( 회사의 정관에 명시된 회사설립의 목적은 ①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②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업 ③ 데이터베이스 디자인 및 인쇄업 ④ 웹 제작 및 기획업 ⑤ 기타 부대되는 사업 일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직원들의 대부분이 웹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원 대표의 계획으로 직원들은 심각한 고용 불안을 느껴야만 했다"고 말했다.

액션 영화 찍던 배우 애로 영화 찍으라고?

경영진이었던 안정민(31) 감사도 원 대표의 사업 전환에 대해 "액션영화 찍던 배우를 애로 영화 찍으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이것은 액션영화 만든다고 투자 받아 애로영화 찍겠다는 꼴이다" 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원 대표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원 대표는 전상숙 홍보 담당자에게 물으면 잘 알 것이라며 인터뷰를 피했다.
원 대표 대신 회사의 입장을 밝힌 전상숙 홍보담당자는 "그 기사는 완벽한 오보"라며 "업종 전환을 꾀했다면 우리가 왜 지금도 웹스닥을 운영하고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오보라는 회사측의 주장에 대해 그 기사를 실었던 모 일간지 기자는 "원 대표가 거듭 얘기했던 사항이고 오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며 심하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몇 경영진과 주주들도 원 대표의 독단적 경영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 안 감사와 김광영(31)제작본부장이 원 대표에게 9월 말경 원 대표에게 업무와 회계 감사를 요청했으나 그에 대한 원 대표의 답은 직위 해제였다.

직원들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 대표이사 퇴진 동의서에 전체 직원 32명 가운데 27명이 서명을 했고 서울 지방법원에 '검사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직원들은 또 같은 해 10월 18일 노조설립 총회를 갖고 노조 설립 신고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그러자 원 대표는 노조 간부 9명을 전원 해고처리하고 현재 회사는 노조원 2명만을 남기고 전원 해고처리 했다.

전 홍보담당자는 노조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경영권 침탈 행위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징계 및 해고 처리된 것이다. 업무 명령을 거부했고 제시간에 출근하지 않는 등 근무 태도가 불량에 회사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기자들은 32명 가운데 27명의 사퇴 동의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대다수 사원들이 경영자에 불만을 느낀 것 아니냐고 질문을 하는데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러나 디지털 밸리는 그 동안 벤처기업의 특성 상 근무 시간을 따로 정해 놓지 않았으며 노조 설립 이전에 출퇴근 시간으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 징계 처리 후 회사는 대대적인 인사개편작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인사 개편에 대한 사원들과 논의가 전혀 없었으며 원 대표가 그 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들과 대표의 측근들을 새로 영입 또는 승진시키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전에 없던 부서인 인사지원실을 새로 만들어 실제 원 대표가 근무했던 삼성 에스원의 인력경비를 담당했던 이 모씨를 실장으로 영입했고 전략기획본부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서 모씨, 웹스닥 팀장 강 모씨, 경영지원팀장 김 모씨 또한 삼성 에스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홍보 담당자는 "노조가 너무 원 대표님을 이해해 주지 않는 것 같다"며 "경영을 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노조가 회사가 망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이제 더 이상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밸리는 회사와 노조간의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와 회원간의 갈등도 점점 증폭되고 있다.


ⓒ www.websdaq.com


회원들과 노조가 결탁을 했다고?

회원 차원에서 협의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현 웹스닥의 파행적 운영을 지켜보기엔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디지탈 밸리에서 일어난 노사간 갈등으로 빚어진 노조와 별개로 회원협의회 구성을 강력히 제안합니다.


이 글은 웹스닥 자유게시판에서 solwindy라는 ID를 가진 회원이 쓴 것이다. 현재 solwindy라는 회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웹스닥을 '표시물 관리법 위반과 불공정거래, 편파적인 운영'을 했다는 이유로 제소해 놓은 상태이다. 지금 현재 이 협의회 구성에 대해 동의한 회원수는 30여명 정도이며 50여명의 회원이 모였을 경우에는 비영리 단체로 직접적인 네티즌 권리찾기 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웹스닥 1차시즌 부터 참여 했어야 한다. 처음부터 활동을 했어야 웹스닥의 운영적 파행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solwindy라는 ID를 가진 이 회원은 왜 회원들이 권리찾기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무료이며 사이버 상이라고 회원들의 권리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게시판에 운영진에 대한 항의 글을 올리면 삭제되기가 다반사이다. 옛날이 그립다. 전 운영진들이 있을 때는 이러한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고 가능한 한 성실하게 답변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웹스닥 측이 회원들에게 주기로 한 선물도 20%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3차 시즌도 조기 종료했으나 공지 사항에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다고 올려놓았다. 그럼 회원들과의 약속은 왜 지키지 못하나"

지금 회원들은 웹스닥에 대한 불만과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웹스닥 운영자가 운영자인 것을 속이고 개인 ID를 도용해 여론 조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회원, 웹스닥이 별 수익성을 내지 못하자 운영자가 일부러 웹스닥을 폐쇄시키려 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회원, 불량거래자로 판정된 회원이 상품을 타게된 데는 운영자의 작전이 개입되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 회원, 웹스닥이 회원 정보를 유출시키고 있다며 탈퇴를 선언하는 회원 등등 사이버 상에서 운영자와 회원들 간의 한 판 전쟁이라도 치뤄야 할 판이다.

ID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 회원은 이제는 웹스닥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영자이면서 개인 ID를 써 게임에 참가하고 회원들 모임에 나온 사례가 있다. 나중에 그 사실이 드러나 입장이 곤란해지자 자신이 직접 운영자라고 밝히기도 했다"며 운영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yhseom라는 ID를 가진 회원은 '웹스닥을 떠나며'란 제목으로 "오늘의 거짓과 독선, 그리고 파행을 초심으로 돌려세우지 못하는 한, 시간이 갈수록 웹스닥은 다른 수많은 닷컴들처럼 테헤란의 노점상으로 왔다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란 글을 남기고 웹스닥을 떠났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정보정책2팀장은 회원들의 권리 찾기 모임인 회원협의회 구성에 대해 "온라인 기업의 회원들은 오프라인 기업의 주주개념과 흡사하다"며 "온라인 기업 대부분이 회원수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므로 회원들의 권리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하고 회원들의 권리 찾기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회원협의회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회사측은 "노조의 사주를 받고 회원들이 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모임을 꾸리려는 사람들이 노조원들과 오프라인 상에서 자주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회원들이 한 쪽 의견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했다.

노조의 강희용(31)위원장은 "CEO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벤처 업계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진정한 벤처문화가 정착하는데 하나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며 "우리가 옳다는 것이 반드시 증명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밸리 노조는 자신들의 믿음을 관철시키기 위해 매일 아침 '꿈과 도전'으로 상징되는 벤처타운 테헤란 밸리에서 피켓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고 웹스닥 회원들도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의 권리가 지켜지기 위한 하나의 초석이 되겠다"며 회원 협의회 구성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와 더불어 회원들까지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상숙 홍보 담당자는 "노조 문제로 그 동안 회사가 너무 힘들었는데 회원들까지 이러니 회원들에게 협의회 만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우리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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