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3일 오후 5시경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을 지나는 지하철안에는 키 190cm 정도에 금발의 외국인 남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지하철이 정차했을 때 몇 명의 중학교 남학생들이 그 금발의 외국인을 몇 번씩 쳐다보며 웃고 이야기하면서 내렸고, 지하철 내의 사람들도 그를 흘끔 흘끔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외국인은 얼굴이 매우 상기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시선을 더 이상 이길 수가 없었던지 그 다음역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한국인들은 누군가를 쳐다본다는 것에 대해 전혀 주저할 일이라거나 꺼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상한 것"을 쳐다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상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외국인들을 쳐다보는 일이 외국인들에게도 당연하기만 한 일일까요?
똑같은 인간을 "이상한 것"으로 취급하는 이러한 모습은 바로 인종차별의 출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히틀러 그리고 현재의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미국의 공익광고가 생각납니다. 거기엔 하나의 심장이 뛰고 있었고 나레이터가 이렇게 말을 했죠. "피부가 하얗건, 검건, 노랗건 모두 그 안은 모두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장이라는 것은 마음이라는 말과도 통합니다. 얼굴 색이 다른 것 뿐 우리는 모두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지요.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접촉과 관계에 편안해 합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의 외모가 다르다고 해서 자신을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해 주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결코 편안할 수 있을까요?
외국에서 역시 이러한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백인들 혹은 흑인들의 밀집지역에 아시아인이 나타나면 쳐다 보게 마련이지요. 아마도 "나와는 다른 것"을 쳐다보고 호기심을 갖는 것은 동물의 본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호기심이 "나" 와 "남"을 구별하게 하는 적대적 감정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러한 경우가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받을 때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우리 한국인이 외국인을 볼 때 이상한 눈초리로 흘끔흘끔 보지 않고 따뜻한 눈으로 보고 웃어 준다면 우리 역시 외국에 나갔을 때 그 곳에서 인간으로서 편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